내 마음에 섬

- 음악은 인생을 감싸고 흐른다(11)

by 밤과 꿈

발렌틴 실베스트로프의 ‘침묵의 노래’ 중에서 ‘섬’


꽃 피는 삼월의 끝자락, 봄의 향기를 따라 반도의 남쪽을 다녀왔습니다.

구례 섬진강 벚꽃길과 하동 쌍계사 벚꽃 십리길에서 빛나는 봄꽃을 눈에 담고 왔습니다만, 통영에서는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섬들을 마음에 담고 왔습니다.

서울에 와서 돌이켜 생각하니 남해 바다의 욕지도, 비진도, 한산도, 매물도 등의 섬들이 모두 우리 마음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뒤늦게 섬의 매력에 빠져 이 년 동안 남해의 섬들을 찾게 되었지만, 대학 시절에 찾았던 절해고도인 흑산도와 홍도, 그리고 신혼 때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겨우 발을 디뎠던 보길도의 기억은 왠지 섬이라면 아득한 거리에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한동안 강원도로만 휴가를 다녀왔었습니다.

연로하신 어머니를 배려한 선택이었고,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에는 장모님을 모시고 마찬가지로 강원도로 휴가를 다녀왔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잊고 있었던, 내 고향이기도 한 남해 바다를 찾게 되면서 비로소 깨닫는 것이 있었습니다.

섬을 떠올릴 때 느끼게 되는 아득한 거리감은 바로 마음이 닿지 않는 그리움의 크기와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제 고향이 섬은 아니지만 남해 바다를 매개로 해서 멀리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섬에서 떠올리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설혹 고향과 연관 짓지 않더라도 육지와 동떨어진, 바다 위 외로운 섬은 사무치는 그리움이 웅거 하는 영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막막하고 깊은 바다가 포위한 섬은 고독한 마음에 깃드는 그리움의 표상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리로 육지와 연결된 섬은 좁혀진 거리감에 비례해서 마음에 그리움이 깃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현종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시 ‘섬’ 전문)라고 노래했습니다.

저는 차라리 ‘사람들이 각자 외로운 섬이다, 그 사이에 그리움의 크기만큼 넓은 바다가 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마음에 섬 하나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로가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섬에서 그리움이 자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현대사회에서 외로운 우리일지라도 그리움이 있어 세상은 따뜻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에 섬이 있어 어떤 대상을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합니다.





https://youtu.be/vElF4mF4P1I

우크라이나의 작곡가 실베스트로프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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