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과 아내의 민낯이 반가운

by 밤과 꿈


볼 일이 있어 찾아간 신림동 사거리

남은 시간에 도림천을 걷는다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걷다 벤치에서 쉬고 있는 노부부

긴 다리로 느릿한 왜가리와 백로

모두가 여유롭기 그지없는 풍경으로

평일 한낮이라는 시간을 잊게 한다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산책로

구석진 옆으로 턱을 만들어 구별하고

꽃을 심기 전 깨끗하게 정리한 화단에서

비로소 눈에 담는 맨땅, 반가운

지구의 속살이 경이로운 서울에서

시멘트와 아스팔트 옷을 덧입거나

풀과 나무에 가려졌던 진면목으로

흙냄새 풀풀 나는 그리움을 만난다


더불어 깨달아 발견하는 진면목으로

아내의 민낯이 있다, 친숙한

모습을 바라보는 아침나절에

아직 잠이 덜 깬 얼굴에서 발견하는

세월이 선물한 잔주름과 함께

옅은 화장에도 가려졌던 순수,

세월에 묻어 가렸던 보석이 반갑고

찡한 마음에 걸리는 아련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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