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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꽃의 변신이 반가운 이유

-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는 풍경(2)

by 밤과 꿈

작년에는 부족한 일조량 때문에 가을이 되어도 쉽게 꽃을 피우지 않아 애를 태우던 쑥부쟁이꽃이 아예 7월부터 꽃망울을 터뜨렸다. 쑥부쟁이가 7월~10월 동안 꽃을 피운다지만 11월인 지금도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은 봉오리가 많다.

작년에 쑥부쟁이 모종을 구입, 직사각 화분에 옮겨 심은 후 가을이 되어도 꽃은커녕 키가 자라지 않아 애를 태워야 했다. 일조량이 부족해서 쉽게 꽃이 피지 않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지만, 그럴 경우 키가 웃자라는 것이 상식인데 키가 자라지 않는 것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소담한 보라색 꽃을 보기 위해 베란다에서 키우던 쑥부쟁이를 밤이면 거실로 옮겨 인공조명을 비추다 새벽녘에 다시 베란다로 옮겨 놓기를 한 달을 지속해서 비로소 옆은 보라색의 쑥부쟁이꽃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금년에는 쑥부쟁이가 봄도 오기 전에 일찌감치 싹을 틔우더니 여름부터 꽃망울을 터뜨렸다. 작년에 꽃이 늦게 폈던 것이 일조량 때문이 아니라 생소한 장소로 옮겨진 것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었나 보다. 그런데 금년에 핀 쑥부쟁이꽃은 보라색이 아니라 흰색이었다. 기대와는 다른 쑥부쟁이꽃의 모습에 적지 않게 당황했지만, 야생화라는 것이 꽃의 색깔이 일정하지 않고 같은 품종이라도 환경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띤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하얀 꽃이 다 지고 10월부터 새로 올라오는 봉오리에서는 반갑게도 보라색 꽃이 폈다. 아무래도 쑥부쟁이꽃의 색 변화는 온도와 관련이 있는 모양이다.


사소한 예이기는 하지만 이는 자연이 가진 적응력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물론 자연의 일부인 우리도 놀라운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 다른 표유류에 비해 연약하기 짝이 없는 조건에서도 진화를 거듭, 난폭한 자연의 지배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문제는 거칠 것 없는 폭군이 된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분리되고 자연을 파괴한다는 사실에 있다. 그것은 환경의 파괴뿐만 아니라 새로운 질병까지 유발한다. 최근까지, 아니 지금도 우리를 괴롭히는 코비드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와 같은 감염병의 발생을 두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다. 오히려 자연의 순리에 역행한 결과로 새로운 질병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우리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지난 역사가 말해 주듯 시간이 지나면 이들 질병이 극복되고, 각종 감염병에도 저항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온전히 극복하지 못하는 난치병도 많은 데다가 새로운 감염병의 발생도 빈번해 우리가 적응할 틈을 두지 않다는 것에 심각성이 있다.

이런 현실에서 환경에 적응하는 쑥부쟁이의 사소한, 아니, 어쩌면 쑥부쟁이에게는 큰 변화일지도 모르는 변신이 반갑다. 흔하게 보는 꽃의 색깔을 가지고 웬 소란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는 오만에 취해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한 사고의 유연성을 잃어버린 지가 오래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버린 자연의 친구들에게서 생존을 배워야 한다. 쑥부쟁이라는 작은 꽃의 변신이 반갑고도 결코 사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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