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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시월은 가고

by 밤과 꿈


날이 저물기 전에 햇살은 광채를 잃고

나뭇잎은 짙게 물들었지만

성급한 플라타너스 잎은 힘을 잃고

떨어져 예제 나뒹굴고 있다

지구의 다른 쪽에서는 전쟁이 한창이고

우리 살림은 날이 갈수록 팍팍한데

햇살이 좋았던 시월은 가고


아침나절에는 우울하게 비가 흩뿌렸다

울먹한 하늘이 무거워서

마음도 짓눌린 십일월의 아침

찌뿌듯한 몸을 버스에 맡기는 이른 출근길

차내에는 천근같이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차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을 따라

햇살이 좋았던 시월은 가고


내일이라는 기대는 어김이 없지만

벌써 마음은 겨울의 문턱을 넘고 있다

아직은 천변에 가을꽃이 지천이고

절개지에도 생명이 소름처럼 자라고 있지만

햇살이 좋았던 시월은 가고

이내 생명은 발육을 멈출 것이다

천변도 색을 잃고 얼어붙을 것이다


그렇게 좋았던 시월은 가고

우리 사랑도 속으로

속으로만 끓어 화농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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