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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가 사랑의 척도?

-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더라 2(2)

by 밤과 꿈

언젠가 TV 드라마에서 여자가 남자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

“너, 지금 질투하는 거니?”

기억하기로는 무슨 매장에서 일하면서 손님을 과하다 싶게 응대하는 여자 친구에 대하여 남자가 불만을 표시했던 것 같다. 그러나 힐난조로 말하는 여자의 표정이 남자 친구의 질투가 싫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심지어는 남자 친구의 질투를 통해 남자 친구가 자신을 사랑하는 정도를 가늠하는 잣대로 생각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질투는 자존심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내면서 확인하는 사랑이 과연 기쁨이 될 수 있을까?

연인 사이의 질투 비슷한 형태가 부부 사이에도 있다. 연인 사이의 질투를 애교 정도로 볼 수 있다면 부부 사이에 서로가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은 때때로 부부 생활을 파괴할 만큼 심각하다. 그 말이란 대부분 상대방을 타인과 비교하는 것으로 이로 인해 사랑은 파탄을 맞이하기도 한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내가 사람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것은 남편인 나나 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마찬가지다. 덕분에 딸은 무척 순수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으로 자기 일에 좀 더 욕심을 가졌으면 하고 생각할 때가 간혹 있다. 그러나 부모가 모두 욕심이 없이 살았으니 딸을 탓할 일도 아니다.

젊은 연인 사이의 질투와 부부 사이의 갈등은 정반대의 결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부부 사이의 갈등이 매너리즘에 빠진 결혼 생활과 그 결과로 찾아오는 사랑의 균열이라면, 연인들의 질투는 사랑의 결실을 향하는 마음의 단면일 수가 있다. 그러나 그 마음에는 소유욕과 독점욕이 해묵어 떡진 먼지처럼 켜켜이 쌓여 있다.


H에게는 자신을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었다. H의 곁에 가장 오래 남아 결국 결혼을 한. H를 좋아한 남학생이 또 있을 수도 있었다. 그만큼 H는 남자들이 좋아할 스타일의 여자였다. 나 또한 훗날 H의 남편이 될 남학생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H와는 같은 학년으로 남녀 고등학교가 같이 하는 동문회에서 알게 된 사이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나는 그 남학생의 존재에 대하여서는 아무 신경을 써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H와 그 남학생 사이는 그들의 문제이고, H와 나 사이는 우리 둘의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십 대 초반의 어린 H가 결혼을 생각할 나이도 아니기에 판단과 결정은 H의 몫으로 H의 자기 결정을 다른 사람이 미혹에 빠지게 하거나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H와 동급생 남학생의 사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만한 여지가 있기도 했다. H가 나에게 축제 파트너를 제안할 때 옆에 있던 H의 절친 W가 그 남학생의 이름을 말하며 “같이 페스티벌에 가지 그러니?”라고 말할 때 H가 “에이~”라고 말하는 것을 얼핏 들었던 것이다. 이에 대한 내 판단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근본적으로 내 생각은 H와 나 사이에 다른 사람을 연관 짓지 않는 것이었다.

나의 이런 면을 H가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여자를 두고 경쟁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질투심을 가질 리도 없었다. 질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H에 대한 내 마음의 크기가 작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질투를 유발하는 감정이 반드시 사랑에 있어 생산적인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질투는 감정의 낭비가 아닐까. 어떻게 생각하면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질투심을 가지게 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말인지 도대체 모르겠다면,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만일에 여자가 남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면 썸이나 밀당이라는 비생산적인 과정조차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아예 남자에게 조금의 틈을 주지 않고 나뭇가지를 치듯 냉정하게 신변 정리에 들어갔을 것이다.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다면 자신의 마음에 견주어 남자의 마음을 저울질하는 여자의 행동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 겨우 이해를 해 본다면 역사시대 이래로 지속되어 온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터득, DNA에 인식된 자기 방어 본능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여자의 그와 같은 행동은 크든 작든 두 사람이 가진 마음의 공통분모에 대한 사려 깊은 배려가 아니지 싶다.

여자만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조금의 틈만 보이면 사랑에 대한 진지한 사유도 없이 덤벼드는 남자가 솔직히 더 문제다. 이런 경우 역사시대 이래로 남자가 체득한 공격성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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