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빙글빙글 도는 모든 것을 좋아한다
물방아의 힘찬 회전과
다람쥐의 쳇바퀴를 좋아하고
빙글빙글 돌면서 점점 커지는 솜사탕을 좋아한다
바람에 맞서는 바람개비를 좋아하고
매를 맞으면서 돌아가는 팽이의 고단함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회전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
원심력을 거부하는 반골의 정신이다
힘으로 옥죄이지 못하는 자유
에 대한 갈망으로 튀는,
튀어 오르는 도약과 결속
대오를 갖추어 맞서는 모습이
피가 튀는 혁명의 서사와 다르지 않다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하는 다람쥐도
자유를 향한 뜀박질을 포기하지 않거늘
나는 얼마나 많은 포기를 자신에게 강요해 왔던가
때로는 세상이라는 마천루에 주눅이 들면서
때로는 사람이 놀리는 세 치 혀에 마음이 베이면서
그만그만한 생활인으로 길들여져 왔던가
생활 때문에 비굴해지기도 하면서
자신의 안위를 위해 진실을 모른 척하면서
타고난 순수가 빛을 잃어갔던가
그래서 나는 빙글빙글 도는 것을 좋아한다
빙글빙글 도는 동작에 깃든
얽매이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끝없이 튀는 자기부정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