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 녘에 학생회관 동아리방에서나
학교 앞 작은 카페의 침침한 불빛 아래에서
홀로 듣는 음악에는
젊음이 짊어진 외로움이 겹도록
날카로운 아픔이 버무려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낙엽처럼 말라가던 시절
마른 수숫대가 매일 번을 선 앞마당에
머물다 가는 찬바람이 스산해질 무렵
외로워 앙상해진 마음에도
서늘한 바람이 스치고
듣는 음악은 창백한 표정으로
자신의 뼈를 여러 겹으로 깎고 있었다
혼자 겪는 아픔이 공허하다고 느낄 즈음
내 공허를 향해 범람하는 음악이 있어
아파도 외로움을 견딜 수 있었으니
상련한 아픔을 함께 나누었기에.
NOTE
월터 페이트는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라고 말했다.
눈으로 확인하는 형태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만큼 음악에서 얻는 감동의 크기도 제약이 없다.
특히 슬프거나 아픈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때 음악이 주는 위로의 힘은 거대하다.
이십 대에 나는 음악이 있어 살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