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끝나고 시작하는 모든 일이 아름답다

by 밤과 꿈


시작은 끝난 자리에서 비롯된다

태초에,라는 모호하게 아득한 시간이 아니라면

모든 시작은 끝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싹을 틔운다


사랑을 잃은 여자가 시름을 덜어내고

말없이 음식에 탐닉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녀가 삼키는 것은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으로

사랑이 무너진 마음자리가 아프지만

지금은 살아야 할 시간이라는 사실을

그녀도 알고 있기 때문에

살다, 떠난 사랑에 대한 감정이 사라질 때

마음자리에 새로운 사랑이 싹틀 지도

지금은 지난 사랑을 당당하게 떠나보낼 일


떠나고 떠나보내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해 질 녘에 붉게 물드는 노을이 아름답고

이어, 박명을 남기고 깔리는 어스름이 아름답다

태어나는 아기의 힘찬 울음소리가 아름답고

꺼져가는 생명의 힘겨운 숨소리가 아름답다


떠나고 끝나는 것, 다시 시작하는

모든 일이 아찔하고 숨 막히도록 아름답다





NOTE


모든 일에서 시작과 끝이 있다.

그래서 인생에는 희망과 절망이 뒤섞여 공존한다.

살아야 하기에 절망의 끝자리에서 희망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것이 인생이다.

수학의 미적분을 배워서 안다.

시간을 미분하면 매 순간이 시작이요 끝이다.

모두가 아찔하고 아름다운 삶의 국면이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25화서러운 꽃비가 흩날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