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여전히 무더웠다
바깥으로 후끈한 바람이 불어도
닫힌 마음은 식어가고 있었다
오래된 햇살의 지친 숨결에도
웃자란 옥수수는 시들고 있었고
절망보다 지독한 체념이 무거웠다
재수패를 떠고 있는 할머니의 얼굴에도
애당초 기대는 없었고
날마다 희망도 없이
해는 떴다가 지기를 반복했다
기우는 햇살을 따라
뻐꾸기의 울음소리는 정처가 없었고
소란했던 풀벌레의 본능도 잦아들 무렵
여름 한 철 짙었던 서러움도
잊히리라, 나를 잊으리라
생각하며 모질게 살았었다.
NOTE
누군가에게서 잊힌 존재가 되는 것보다 아픈 것이 자신을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십 대의 여름 한 철을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 모질게 살았다.
성하의 짙은 녹음처럼 내 서러움도 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