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인생이 아니시니 후회가 없으시도다 (민수기 23: 19)
지난 주일 예배의 설교 말씀 중 인용한 성경의 한 구절이다. 성경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다. 사람이기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남기게 되는 후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위의 성경 구절을 인용했을 따름이다. 굳이 성경의 말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필연적으로 살면서 후회를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후회를 거듭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면 후회는 인간의 불완전한 속성을 확인해 주는 증거일 뿐만 아니라 이를 거친 반성의 과정 속에 인간의 한계를 조금씩 극복할 수 있다는 자기 성취의 확실한 증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번연히 알면서도 이를 반복하고야 마는 구제불능의 꼴통이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일에 우리의 마음이 흔들리고 후회를 거듭하는가. 개인적인 일에만 후회를 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지난 대선에서 여당 후보를 찍었던 사람들 중에서 일부 사람들이 자신이 선출한 대통령이 탄핵되어 쫓겨나는 현실을 보고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후회했을 것이다. 사실 자신의 이해가 걸린 문제가 아니라면 굳이 후회할 일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상계엄의 와중에서도 이를 막겠다고 국회로 달려가는 사람들도 있으니 아직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에 완전히 점령당한 사회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나는 그다지 후회를 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세상을 잘 살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살아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실패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후회를 하지 않고 살아온 것은 두 가지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내가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무조건 믿고 가는 경우가 있겠다. 그렇다면 나는 아집으로 가득 찬, 오만한 사람이라고 하겠다. 스스로는 균형 잡힌 사고를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모를 일이다. 자신도 모르게 살아오면서 아집을 두텁게 쌓아왔는지도. 안 그래도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 나이다. 꼰대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꼰대가 아닌 척 행동한다고 그 사람이 확실하게 꼰대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장년으로 오래지 않아 노년에 들어설 나이에 사고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또 한 가지는 내가 대책 없이 살아왔고,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일 수 있다. 돌이켜 생각해도 큰 욕심 없이 자기 좋아하는 것만 추구하며 살아왔다. 조금 폼 나게 말하자면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할 수도 있고, 좋게 말해서 낭만주의자, 나쁘게 말해서는 자기 앞가림을 애써 외면하는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후회를 별로 남기지 않는 이유라면 두 번째 경우인 것 같다. 능력도 없지만 물욕이나 명예욕과는 담을 쌓은 것처럼 스스로를 포장하고 살아왔다. 본인을 넘어 주변을 생각하면 이기적인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도 그렇지 나에게 일말의 후회도 없을까. 설마, 아무리 자기 잘난 맛에 산다지만 똑같은 사람인데 후회의 순간이 없을까, 사람이니까 후회를 하지. 이와 같이 불완전한 모습이 보다 인간적이지 않을까. 지나간 시간에 대해 아파하면서 때로는 후회도 하는 것,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