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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 Mar 20. 2023

당신이 그린 유토피아는   어떤 모습인가요?

The Giver by Lois Lowry

당신 그린 유토피아는 어떤 모가요?


잔잔한 영어책 그 다섯 번째 이야기,

로이스 라우리의 SF/판타지 소설

 '기억전달자'입니다.

 




[ 잔잔한 문장 ]

※ 주관적 해석으로 잔잔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Jonas has been selected to be our next Receiver of Memory."

(조스가 다음 기억보유자로 선발되었습니다.)


- 12살이 되면 직위를 부여받는 커뮤니티 안의 공동생활. 자신의 순서를 빠뜨리고 모든 아이들의 직위를 발표하자 조너스는 큰 혼돈과 불안에 휩싸인다. 바로 그때 조너스는 커뮤니티 전체에 단 한 명뿐인 기억보유자로 선택되었다는 수석 원로의 발표를 듣게 된다. 십여 년 전 기억전달자는 후계자 훈련에서 실패했고 그 후 단 한 명의 기억보유자도 선발된 적이 없었다. '기억보유자'가 어떤 직위인지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을 들으며 축하받는 순간에 사춘기 소년 조너스가 느꼈을 당황스러움, 기쁨, 부끄러움, 자랑스러움 등의 다양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He has shown all of the qualities that a Receivr must have."

"Intelligence, Integrity,  Courage, wisdom, Capacity to See Beyond."

(조너스는 기억보유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을 모두 보여 주었습니다.

지능, 정직함, 용기, 지혜, 너머를 볼 수 있는 능력)


- 흑백의 세상에서 유일하게 색깔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조너스. 잠깐 사과의 색이 조너스의 눈에 비쳤지만, "색깔"의 개념 자체가 없는 커뮤니티에서 조너스는 자신이 보는 '시각적 현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작가가 우리 삶 속에 색이 가진 다양하고, 상징적인 의미를 기억보유자가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담아낸 것이 참신했다. 색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수단이 아닐까?



"Our people made that choice, the choice to go to Sameness. Before my time, before the previous time, back and back and back. We relinquished color when we relinquished sunshine and did away with differences." He thought for a moment. "We gained control of many things. But we had to let go of others."

(우리들이 그 선택을 한 거야. 늘 같은 상태로 가는 선택. 이 시대보다 아주 아주 옛날에. 우리가 햇살을 버리고 차이를 없앴을 그때, 색깔도 버린 거지.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있게 됐지만, 많은 것을 잃었단다.)


- 왜 모든 사람이 색깔을 볼 수 없냐의 조너스의 물음에 기억전달자는 유토피아의 얼굴을 하고 있는 커뮤니티가 어떻게 설계되고 유지되었는지에 대한 핵심을 이야기한다. "Sameness". 커뮤니티는 평등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름을 버리고 같음을 선택한다. 몰자유화, 몰개성화를 통해 이룬 공동체의 이야기는 비단 이 소설 속의 커뮤니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재산을 공동소유하는 코뮤니즘에서도, 일부 종교의 폐쇄적 문화주의에서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힘든 사회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같음"을 강요받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토피아의 평화는 얼마만큼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But now that I can see colors, at least sometimes, I was just thinking: what if we could hold up things that were bright red, or bright yellow, and he could choose? Instead of the Sameness."

"He might make wrong choices."

(하지만 이제 저도 가끔은 색깔을 볼 수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어요. 만약 우리가 빨간색과 노란색을 들고 그 아이가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요? 똑같은 것 대신에요.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겠지.)


- 기억전달자에게 꽤 많은 기억을 받게 된 조나스는 혼란스럽다. 기억을 지움으로써 개인과 개인 간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커뮤니티 안의 삶에 대해 수많은 의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통제하는 세상이 통제의 당위성으로 내세우는 것은 "안전하고 평등한 전체의 삶"이다. 조나스는 각자에서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인간이 얼마나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억도 함께 전달받았기에 이러한 커뮤니티의 통제가 합당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커뮤니티의 삶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조나스는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 보다,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선택, 그 자체가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For the first time, he heard something that he knew to be music. He heard people singing.

(태어나 처음으로, 조나스는 음악이라는 것을 들었다. 사람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다.)


-  커뮤니티를 변화시키기 위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 조나스. '음악'에 대한 기억은 기억전달자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조나스는 음악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커뮤니티 밖의 경계에 다다랐을 때, 사람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은 조나스는 이것이 음악임을 깨닫는다. 인간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색깔이라면, 청각적으로 담아내는 것은 음악일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순간엔 조나스가 만난 것이 "음악"이라는 서사가 참 마음에 들었다. 사랑, 기쁨, 고통, 우정, 환희, 절망, 행복, 설렘 등 모두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다양한 인간의 감정과 그것이 녹아난 삶을 비로소 만나게 된 조나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 잔잔한 별점 ] ★★★★★


연필 한 자루로 그려본 유토피아의 실체

어렵지 않고, 가볍지 않은,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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