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끝난 후 몸을 차갑게 만들어 주면 도움이 될까요?
본문에서 말하는 아이싱은 운동 후 몸을 냉각시켜 회복을 돕는 전략을 통칭합니다. 근육에 얼음팩을 대는 것, 차가운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 쿨링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 냉각 붕대를 사용 것 모두 포함됩니다.
◆ 운동이나 훈련 후 아이싱을 해주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될까요?
우리 아이들이 훈련이나 경기를 끝내면 아이싱을 해주는 것이 좋을까요?
어떤 경우에 냉찜질을 하고 어떤 경우 온찜질을 해야 할까요? 참 고민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의 몸 상태, 훈련의 강도, 부상 이력, 경기 중 부상 여부, 향후 경기 일정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정말 많기 때문에 명확한 답은 하기 힘들지만 아래 글을 읽고 나면 기본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써보겠습니다.
저의 글을 관통하는 중요한 맥락은 '부상을 당했거나, 부상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싱은 몸을 회복하는데 있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입니다.
각종 스포츠, 특히나 축구 중계를 보다 보면 선수가 부상을 당해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요. 이럴 경우 의료진이 급히 달려와 부상 부위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 스프레이의 정체는 -20도 기화냉각 방식의 '에틸 클로라이드(ethyl chloride, C2H5Cl)'라는 성분으로, 피부를 급속 냉각하여 부상 부위 확대를 막고, 국소 부위의 통증을 줄이는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피부를 냉각하는 아이싱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의료 현장에서도 빈번하게 쓰이는 데 주 사용 목적은 국소마취입니다.
또 일부 스포츠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욕조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들어가 있거나, 여러 근육이나 관절 부위에 얼음을 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일반인들은 '몸을 차갑게 하는 것이 회복에 유리하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아이싱을 하면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그렇다면 실제 아이싱을 하게되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일반적으로는 아이싱을 옹호하는 분들은 아래와 같은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운동 후에는 아이싱을 해주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1. 추위는 교감 신경을 자극하여 해당 부위의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액을 코어 근육으로 다시 보내 중요한 장기를 보호하도록 신호를 보냅니다
2. 근육에서 내부로 혈액이 쏟아져 나오면 냉찜질을 한 부위로의 혈류가 감소하고, 염증 반응을 포함하여 이 부위의 대사 과정이 느려집니다
3. (차가운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경우) 물의 압력이 근육과 혈관에 약간의 압박을 제공하여 부기와 염증을 늦출 수 있습니다
4. 추가적으로 아이싱은 일시적으로 아픈 부위를 마비시켜 통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위의 주장을 통해 아이싱의 기대효과를 살펴보겠습니다.
- 먼저 근육의 혈류량을 제한하여 추가 손상을 방지하고, 통증을 줄이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위와 같은 효과는 부상을 당했거나 부상 우려가 있는 경우 2차 손상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또 아이싱을 통해 몸의 온도를 낮출 경우 자율신경계의 주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트콜린의 분비를 억제시켜 통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세틸콜린의 감소에 따른 통증 감소는 근본적인 회복보다는 신경전달 신호를 차단하여 통증을 못 느끼게하는 마취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 일부의 의견으로 훈련이나 경기 후 빠르게 몸을 냉각시킬 경우 운동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주류의 의견은 아닙니다.
-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신경 전달 물질 감소로 인해 통증이 감소되어 심리적인 부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이싱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몸을 회복하는데 있어 분명 유익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주요 연구결과는 운동 후 아이싱을 하는 것이 신체 회복이나 근육이나 인대, 힘줄을 강화하는데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주류입니다.
특히 근육의 발달을 제한시킨다는 연구가 많은데요. 실제 연구 사례를 통해 '훈련이나 경기 후 아이싱을 했을 때 근육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실제 연구 사례와 분석 - 훈련 후 아이싱을 했을 때 근육 형성에 미치는 영향
호주 디킨(Deakin) 대학교의 연구진은 '운동 후 아이싱을 했을 때 근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12명의 엘리트 선수를 모집하여 단기(1일), 장기(2주)로 구분하여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Jackson J. Fyfe, James R. Broatch / Cold water immersion attenuates anabolic signaling and skeletal muscle fiberhypertrophy, but not strength gain, following whole-body resistance training /J Appl Physiol127: 1403–1418, 2019.First published September 12, 2019)
◇ 단기 실험 (1일 소요)
1. 엘리트 운동선수 12명 모집하여 사진에 정해진 다리 운동을 실시하였습니다.
2. 다리 운동을 한 후 한쪽 다리는 찬물(8°C)에 20분 동안 들어가고, 다른 쪽 다리는 미지근한 물(30°C)에 들어갑니다.
3. 충분한 양의 단백질 쉐이크를 공급하고, 쉐이크에 추적이 가능한 아미노산 포함하여 아미노산의 움직임을 관찰합니다. 티로신에 방사성 원소 14C를 표지시키면 생체 내 단백질 합성 을 위한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4. 5시간 후 혈액 및 근육 샘플을 채취하여 분석합니다.
5. 분석 결과 아이싱을 한 다리의 근육 조직에서는 해당 아미노산의 농도가 낮았으며, 미지근한 물에서는 더 높은 농도로 관찰되었습니다.
6. 아미노산의 농도가 높아졌다는 뜻은 단백질 합성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미지근한 물에서 회복할 경우 단백질 합성에 유리한 조건, 즉 혈류에 의한 아미노산 전달이 쉽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장기 실험 (2주 소요)
1. 단기 실험과 똑같은 과정을 매일 1회, 2주간 실시하였습니다.
2. 장기 시험은 실제 근육량의 변화를 관찰하였습니다.
3. 실험 분석 결과 아이싱을 한 다리보다 미지근한 물에서 회복한 다리의 근육 증가량이 12%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4. 이는 단기 실험 결과에서 예측한 결과를 입증한 것으로 보이며, 아이싱이 운동 후 근육을 형성하는데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아이싱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훈련이나 경기 후 회복 전략을 세우는 것은 '아이들의 몸 상태, 훈련의 강도, 부상 이력, 경기 중 부상 여부, 향후 경기 일정'등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하나의 답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반드시 아이싱을 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회복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몸을 회복 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은 마사지, 반신욕, 족욕, 플로싱 밴드를 이용한 근막 글라이딩, 스트레칭, 적외선 조사기 등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그 중 반신욕과 플로싱 밴드를 이용한 근막 스트레칭을 가장 추천합니다. 플로싱 밴드에 대한 내용은 추후 소개하겠습니다.
그리고 몸에서 나타나는 염증 반응을 두려워하지말고 자연 치유의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신 의료의 트렌드는 염증 반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입니다.
인대 강화 주사로 알려진 프롤로 테라피, 체외 충격파 기법, 한의학에서도 벌의 독을 이용한 봉침 등이 이에 해당하겠습니다. 적절한 수준의 염증은 우리 몸이 가지는 가장 강력한 치유, 회복 시스템입니다.
운동 혹은 외상으로 인해 근육이 손상되면 빠르게 회복이 진행되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염증 반응과 손상된 근육 세포의 괴사가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부정적 환경에서 주변 위성 세포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합니다. 염증 반응이 감소되며 말초 신경계에 분포하는 신경줄기세포인 위성 세포가 증식, 분화하여 건강한 근섬유로 재구성 되는 것입니다. 대략 1주일 이내로 이러한 회복이 마무리되며, 근육이 더 강해지게 됩니다.
염증 반응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근육이 손상되면 몇 시간 이내로 호중구와 대식세포(둘 다 백혈구의 일종)가 빠르게 유입되며,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을 분비합니다. 사이토카인은 일종의 면역 조절 인자로 거대한 확성기 같은 역할을 합니다. '여기 손상된 부위가 있으니 다들 모여주세요'라고요.
또한 호중구와 대식세포가 손상 부위로 잘 모일 수 있도록 혈관의 투과성을 증대시킵니다.회복에는 호중구와 대식세포가 큰 역할을 하는데요, 손상된 세포 잔해를 제거하고 위성세포를 손상 부위로 유인합니다. 과거 다른 연구에서 염증 부위에서 의도적으로 대식세포의 수만 줄였더니 근육의 재생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염증 반응은 통증을 수반하기 때문에 적절한 통증 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습니다.
◆ 반드시 아이싱을 해야 하는 경우
부상이 발생했거나 훈련의 부하가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냉침이나 아이싱을 해야합니다.
특히 격렬한 축구 경기를 하게될 경우 허리, 골반, 무릎, 발목 등에 많은 부하가 발생하여 통증, 붓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몸의 회복력을 뛰어넘는 단기 손상이 올 경우 우리 몸의 세포는 유산소성 대사에서 무산소성 대사로 전환하여 세포 내 산성화를 야기하고 활성산소 증가 등으로 인해 세포막을 손상시킵니다. 활성산소는 라디칼을 형성하여 주변 세포를 맹렬하게 공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세포 내 나트륨 농도를 증가시켜 세포가 팽창하여 파열되게 합니다. 이렇게 부상이 확대되는 경우에는 냉침이나 아이싱을 통해 조직의 손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이싱을 통해 1차적으로 조치한 후에는 반드시 부상 부위를 압박한 후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야겠습니다.
◆ 'RICE' 응급처치법을 제안한 게이브 미르킨(Gabe Baron Mirkin) 박사의 언급을 살피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게이브 미르킨 박사는 응급처치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RICE' 응급처치법을 제안한 분입니다.
몸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Rest(안정), Icing(아이싱), Compression(압박), Elivaton(심장보다 높이 들기) 전략을 써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후 반박이론, 특히 아이싱에 대한 반박 이론과 실증 사례가 나오며 아래와 같이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였습니다.
Gabe Mirkin: 코치들은 수십 년 동안 저의 "RICE" 가이드라인을 사용했지만, 이젠 얼음과 완전한 휴식 모두 치료를 돕는 대신 지연시킬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연구에서 운동선수들은 격렬하게 운동을 하여 광범위한 근육통을 유발하는 심각한 근육 손상을 일으켰습니다. 냉각은 부기를 지연시키긴 했지만, 이러한 근육 손상의 회복을 재촉하지는 못했습니다.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3.06)
본 게시물의 내과 전문의의 검수를 받아 의학적인 오류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특성상 제한된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된 점, 단백질이 칼슘의 배출을 촉진한다는 부분에 대한 다른 이론 등 일부 논쟁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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