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랑주 포인트

by 김태완


뉴턴 역학에서 2체 문제는 간단히 풀리지만 3체 문제는 도저히 해결하기 어려웠다. 3체 문제란 질량이 비슷한 3개의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들의 움직임은 어떻게 될 것인가? 태양계의 안정성이 궁금했던 스웨덴 국왕 오스카 2세가 현상금을 걸었던 문제인데 푸앵카레가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푸앵카레에 의하면 일반적인 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수한 경우의 해가 몇 가지 있는데 라그랑주의 해법도 그 중 하나다. 라그랑주는 질량이 엇비슷한 2개의 물체와 그보다 훨씬 가벼운 물체 3개로 이루어진 3체 문제를 연구하다가 매우 안정적인 궤도가 5개 존재함을 발견했는데 그 점들을 라그랑주 포인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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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지구를 놓고 볼 때 인공위성같이 가벼운 물체가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점은 다섯 군데다. 첫째는 L1인데 태양과 지구를 잇는 직선 중 지구에 가까이 있으면서 태양 쪽에 있는 점이다. L2는 L1과 달리 태양에서 먼 쪽에 위치한다. L3는 태양과 지구를 잇는 직선 중 지구 반대편 궤도에 있는 점이다. L4와 L5는 흥미롭게도 태양과 지구를 잇는 직선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삼각형의 다른 꼭지점이다.


L1, L2, L3는 불안정한 평형점이다. 태양과 지구를 잇는 직선에서 벗어나면 제자리로 되돌리는 힘이 작용하지만 태양 쪽이나 지구 쪽으로 어긋나면 그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므로 불안정하다. 그러나 L4와 L5는 안정한 평형점이다.

태양과 지구에서 L2점은 지구 바깥으로 160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L1 지점은 태양을 관측하기에 최적이다. 지구에서 태양 쪽으로 160만 킬로미터 나아간 곳에 제네시스 위성이 태양 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L4와 L5 자리는 우주정거장으로 최적지이다. 일단 이곳에 자재를 갖다 놓으면 다른 곳으로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이 궤도에 자재를 운반해 놓고 천천히 대형 우주 정거장을 건설하면 장차 행성간 탐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한 번에 가려면 매우 많은 연료를 싣고 가야 한다. 연료의 태반은 연료를 운반하는데 사용된다. 라그랑주 포인트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면 연료를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L5 Society라는 단체는 이곳에 우주 정거장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태양과 목성 간의 L4와 L5 지점에는 다량의 우주 쓰레기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실제로 라그랑주는 이 위치에 소행성이 있을 것으로 예견했다. 라그랑주의 예언 이후 100년이 지난 1905년에 이곳에서 트로이 소행성이 관측되었고 현재까지 수천 개의 소행성이 발견되었다.

태양-화성 간 라그랑주 포인트 L1에 인공적으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설치함으로써 화성을 태양풍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계획이 있다. 자기장이 태양풍을 빗겨가게 하면 화성의 대기압이 올라가고 온도도 상승한다. 지구처럼 내부에서 자기장을 발생시키기 힘든 대신 L1 포인트에서 자기장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킨다면 화성을 지구처럼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꿀수도 있다.

최근 제임스 웹 망원경이 발사되었다. 기존의 허블망원경은 지구와 너무 가까이 있어서 하늘의 대부분을 지구가 가려버리는 문제점이 있었다. 제입스 웹 망원경은 L2 지점에 설치되어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태양풍을 지구가 막아주어 전자기기를 보호할 수 있다. 제임스 웹은 스푸트니크 충격으로 미국이 몸이 달아있을 때 NASA의 총책임자로서 10년만에 달에 유인우주선을 발사한 공로를 기념하여 이름 붙인 것이다.


<블랙홀 옆에서> 닐 디그래스 타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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