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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시어머니와 유난스런 며느리
30화
30화: 시아버지와 며느리(하)
미궁
by
이봄
Feb 12. 2024
시어머니의 우울증이 대략 30년 지속되어 왔다는 이야기인지 다시 물어보았다.
“ 어머니가 우울증 치료를 30년 동안 받았다고요?"
"허, 참, 그게, 니 에미(시모)가 옛날부터 우울증이 조금 있다고 해서 약을 전에 좀 먹었었는데 중간에 끊었다가 최근에 상태가 다시 악화돼 다시 약을 처방받아 먹기 시작했다. 합가하고 나서 더 심해진 것 같아."
"합가는 아버지가 하자고 했잖아요?"
"나도 니
에미가 이렇게 아플 줄 알았냐? 너랑 성향이 너무 안 맞아서 그런 걸 어쩌냐?"
"아버지, 이게 무슨 성향 차이예요? 고부간 성향 차이와는 좀 다르다고요!"
"다르긴 뭐가 달라? 다 그게 그거지."
모든 문제에서 회피하고 책임 소재를 나한테 떠 넘기려는 듯이 보여 짜증이 났다.
"어머니가 여리고 제가 강해서! 그 이유로 어머니가 자주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야밤에 애를 벌거벗겨 밖으로 데리고 나가 배회하는 거예요? 진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상하잖아요?"
"참.. 너는 나를 이겨 먹을 작정이구나!"
"전
사실
을 알고 싶은 거지, 아버지와 싸울 생각 없어요. 싸울 체력도 없고요."
"며느리가 따박따박 말대꾸에, 참! 너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이러나… 더 이상 너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는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듯이 걸어갔다. 늘 피하려고만 하는 아버지의 뒷모습.
시아버지는 평소 다른 동년배에 비해서 권위적이 모습이 없으신 편이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분이신데
‘어머니’
이야기만 나오면 화를 내고 맥락도 없이 계속 ‘성향 차이”라고 밀어붙이신다.
시아버지가 집에 가신 후 난 벤치에 앉았다. 간혹 운동하는 사람도 있고 산책하는 부부들도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아버지도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다. 40년 이상을 같이 산 부부인데 아버지는 어머니의 우울증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건지. 그리고 병원을 대략 30년 간 다녔다면 가족들이 어머니의 병에 대해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누군가 저 멀리서 헐레벌떡 뛰어 왔다. 남편이다.
“여보! 아버지랑 얘기 잘했어? 당분간 엄마 모시고 다른 곳에 가 계시겠대지?”
“응. 어머니가 나 때문에 아프대…”
“뭐라고?”
“나 때문에 아프다는데… 몸이 아픈지… 마음이 아픈지 나도 모르겠네?”
그날 밤 난 무엇보다도
‘진실
’을 알고 싶었다.
“왜 나한테 결혼 전에 어머니 마음이 아프다는 얘길 안 했어?”
“했어. 우리 엄마 우울증 좀 있는 것 같다고…”
“그게 말이야. 내 생각에는…”
나에겐 시어머니지만 남편에게는 낳아주고 길러주신 친모다. 내가 혹시 그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게 아닐까, 약간 염려는 되었지만 이 시점에 난 사업을 벌여놓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러다 내가 먼저 죽겠다!'란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
“ 그게 말이야. 그때 난 그 '우울증'이란 것이 온 국민이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우울증이라고 생각했지…30년이나 병원 처방을 받아야 할 정도 까진 지는 생각을 못 했지.”
그때...
그의 눈가에 뭔가 촉촉한 것들이 맴돌며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며늘아! 시어미가 아픈 건 다 너 때문!!!'
'흠... 그거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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