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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시어머니와 남남이 되려면?

by 이봄

난 결혼 후 시어머니와 10년 간 같이 살았다.






7년 전 어느 날.



사람이 싫어지면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마주 보고 밥 먹는 것도 물 마시는 모습도 싫다.

심지어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하는 것도 싫다. 그냥 다 싫다.


문제는 그 사람을 증오하면 할수록 내 몸과 마음도 아프다는 사실이었다. 시어머니를 향한 나의 증오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눈밭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만 갔다. 동시에 나는 망가지고 있었다.


합가 후 모든 게 점점 무너져 버렸다. 하루도 보통의 평범한 날처럼 흘러간 적이 없었다. 나는 퇴근해서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인데 집에 도착하면 구중궁궐 후궁들의 전쟁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시어머니는 장녹수처럼 쉬지 않고 계략을 꾸몄고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지만) 나를 피곤하게 만들어 집 밖으로 다시 가출하게끔 만들었다.


더 이상 시어머니를 증오하지 않으려면, 내가 망가지지 않으려면 결단을 내려야 했다. 시어머니와 영원히 남남이 되려면? 맞다! 이혼을 해야 한다! 법적으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난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 엄마랑 사는 게 힘들어. 내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파. 분가도 싫고, 아예 인연을 끊고 싶다. 그만 헤어지고 싶어."

"그래... 당신이 최선을 다한 것 알아. 당신 의견 존중해. 사업체 빨리 정리해서 이민을 가든가 하자."

"아니, 이민을 가도 당신 어머니와 난 법적으로 가족이잖아? 그것도 싫어! "

" 그럼 정말 '이... 혼'을 하자는 거야?"

"응. 우리가 이혼을 해야 내가 당신 어머니와 인연이 완전히 끊어지잖아. 난 그걸 원해."

" 진짜... 그걸 원해?"

"응... 내가 너무 힘들어. 우리 애들을 위해서라도 난 살아 있어야 하잖아? 내가 시어머니 때문에 죽으면 안 되잖아?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우리 이렇게 살면 안 돼! 둘 다 죽어, 알잖아? 사업체는 빨리 정리하고 우리도 각자 편하게 살자고."

"여보! 나도 우리 엄마 힘들어. 그래서 자기 힘든 거 알아. 차라리 준비해서 이민을 가자."

"아니, 그냥 이혼을 하는 게 맞아."

"... 자기는 늘 오랫동안 생각하되 한 번 내린 결론은 잘 안 바꾸더라고... 지금 이 결정도 심사숙고한 거야?"

"응..."


우리는 오직 하나의 이유, 시어머니 때문에 이혼하기로 서로 합의했다. 이혼에 필요한 서류를 알아보았다. 남편에 대한 불만이라면 그 존재 자체였다. 시어머니라는 불의에 내가 항거할 때 남편은 옆에서 나를 막고 시어머니를 지키고 있었다. 시어머니의 호위무사들, 남편과 시아버지라는 존재 때문에 나와 시어머니의 관계는 항상 일 대 일이 아니었다. 내가 이의를 제기하고 항의할 때마다 시아버지는 시어머니를 보호했고 남편은 내 앞을 막았다.


항상 그녀는 불쌍한 어린양을 자처했고 난 버릇없고 살갑지 못하고 억센 며느리라고 손가락질 받을 뿐이었다. 이제 이 불평등한 레이스를 끝내고 싶었다. 사회생활도 삭막하고 힘든데 가정에서까지 평화로운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 '결혼'이라는 계약을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나의 정신은 피폐해져 갔고 무엇보다도 알코올 의존도가 심각해져 갔다. 솔직히 내 성질대로 시어머니께 대항을 못 하니까 화병이 생긴 것 같았다. 내 시모이기 이전에 한 때 사랑했던 남자의 친모이자, 시부의 아내를 함부로 내 성질 대로 대할 수는 없었다. 내가 떠나 안 보면 그만이다. 이제...





어차피 시어머니는 우리의 이혼 이야기를 들어도 별다른 반응이 없을 거라 판단되어 시아버지에게 먼저 이 결정을 전달하기로 했다. 밖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이혼'이야기를 꺼내었다. 평상시 입이 무거웠던 남편이 입을 열었다. 말수 없는 아들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니 시부는 적잖게 놀라는 눈치였다.


"아버지, 우리 이혼할 거니까... 아버지만 먼저 알고 계세요. 아이들 문제, 사업 문제는 정리되는 대로 다시 알려드릴게요."

"................."

"아버지, 우리 이혼한다고요!"

"......................................."

"아버지! "

" 네 엄마 때문이야?"

"네!"

"... 에미야! 시간 좀 줘. 너희 이혼이 '엄마' 때문이라면 나한테 시간을 다오."


시아버지는 머리를 숙이고 애끓는 목소리로 우리 부부에게 정확히 '부탁'이란 걸 했다.




'이혼이라고? 아이고... 내가 몸이 이렇게 아픈데... 머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이도 아프고, 발바닥도 아픈데... 내가 지금 입원을 해야 하는데... 나중에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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