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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철 Apr 15. 2023

"판도라의 상자"에 대한 역설


“ 판도라의 상자”에 대한 역설


저절로란 말과 스스로란 말이 있다.

저절로는 ‘작위적인 노력 없이 자연적으로’라는 뜻이고,

스스로란 말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라는 의미이다.


난 이 두 용어를 대할 때면 항시 생각나는 것이 바로 “판도라의 상자”에 관한

신화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는 프로메테우스가 천상 세계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물을 하게 되고, 그에 따라 프로메테우스는 간이 쪼이는 형벌을 받고 인간에게는 판도라를 시켜 그 문제의 상자를 배달하게 된 내용이다.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여러 책을 읽어 봤지만 한결같이 ‘상자 속에 희망이 있기에 우린 희망을 잃지 말아야한다’고 결론짓는다.

난 이 같은 결론을 접할 때마다 무슨 이런 말이 있을 수 있나하는 의구심을 지울 길이 없었다. 왜냐하면 판도라가 희망을 가둔 것이 과연 인간에게 축복인지 불행인지 하등 한 마디의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그 때 내가 찾은 키 워드가 바로 저절로와 스스로란 말이었다.


신화에 따르면, 천상의 신들은 판도라가 상자를 열어 볼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판도라는 상자를 열어본 후 화들짝 놀라 뚜껑을 닫았지만 희망을 뺀 나머지 것들(신경통, 절망, 질투, 액운 등등)은 이미 인간 세계로 뛰쳐나간 다음이었다.

만약 판도라가 당시 상자를 다시 닫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당연히 “희망”이란 것이 세상에 같이 뛰쳐나오게 되었으리라. . .

그렇다면 우리에게 절망스런 일이 발생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희망은 저절로 내 곁에 다가와 나를 다독거려 힘을 불어 넣어 주게 되는 것이다.

내 맘이 질투에 휩싸일 때 면, 그때 또한 희망이 나로 하여금 눈에 씌인 질투의 꺼풀을 벗겨주게 될 것이리라.


판도라는 신들이 인간을 벌하기 위해 내린 독 사과 같은 존재이다.

판도라가 상자를 닫아 버리는 바람에 희망은 저절로의 상태에서 스스로 찾아야 하는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즉 상자 속에 갇힌 희망은 축원이 아니라 재앙인 것이다.

우린 희망을 잃지 않고자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해가며 자신의 앞길을 헤쳐 나가야만 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우린 우리의 지난 업보를 과감히 인정하고 오늘도 희망을 찾아 새로운 장도의 길을 떠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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