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라는 글자는 주홍옷을 두툼히 걸치고 있다. 너머의 세상에 대해 궁금증을 안으며 살곤 한다. 언젠가가 언젠가 오는 날에는 늙고 늙어서 느려진, 꼬리털이 하얗게 센 개 샌디가 어기적거리며 반겨줬으면 좋겠다. 나랑 웃는 모습을 쏙 빼닮은 할아버지가 한 번쯤 당신의 똥강아지를 꽉 안아줬으면 좋겠다. 스카치 캔디 향이 어깨 근처에서 살짝 나고. 12월 29일에 던져두고 나온 너를 뜰채로 건져 올리고 싶다. 경계가 흐리면 계속 읽고 싶어지는 게 서투른 인사라고. 잠긴 다리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울렁거린다. 그리 깊지 않아 보였는데 왜 막대 끝에 바닥이 걸리질 않는 거야. 옷의 안주머니를 찾아 손을 뒤적거린다. 이 옷엔 그런 거 안 달려있어. 부재는 어느 날 사라진 안주머니의 앉은자리를 후벼 판다.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잊히면 어쩌지. 날이 밝아 오고, 어젯밤 불이 꺼진 방안에 있던 신발의 개수를 당신은 기억하십니까. 질문 끝에 감도는 건 침묵. 어째서 놓아줘야 한다고 배우는 거지.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이 와닿질 않는데도 그 말을 들을 수밖에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입장을 잠시 떠올려보면 남겨진 몫이 제법 무겁다. 자고 나면 괜찮아질까. 오늘 너무 바빠서 지금에야 떠올린다. 촌스러운 사람 되기로 다짐하고. 여유 없는 날 속에도 떠올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