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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Jul 20. 2024

끌어안기


 귤을 까먹으면 손이 노랗게 물드는 것처럼, 허상을 먹으면 손가락 끝이 파랗게 변하는 걸 알아? 훔친 눈물로 물기 가득한 말을 내뱉으면 잔이 조금 넘쳐흐르고. 그러니 헤엄쳐서 나를 만나러 와야 해. 파도가 휘몰아칠 때 허리가 조금 쓸려 나갔다가 등대에 걸쳐져 망망대해를 보면 이상하다, 분명 다른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테트라포드 아래서 허우적댈 때 소라고동을 귀에 가져다 댔다. 턱 끝까지 물이 차오르고 그건 숫자 4의 입막음.


 파란 물감을 가득 풀면 결국 검은색이 되는 걸 알아. 퐁당퐁당 경쾌한 소리가 가득 배면 광활한 상념이 감돈다는 걸 알아. 우수에 잠긴 눈빛은 지방에 뒤덮인 걸 알아. 숱한 질문에 병적으로 얼룩지게 되는 걸 알아. 한 번쯤 그런 상상을 해본 걸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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