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알았어요
여름은 덥고 이제는 습하기까지 해서
상하기 쉽지만은
풀꽃은 바람에 꺾이지 않고
하늘은 끝없이 열려
고무풍선이 희미한 점으로 보이고
모래사장을 맨발로 구르는
물을 뚝뚝 흘리며 옷을 짜내는
한 편의 사진집 되어
오늘 내가 본 세상은 이랬어요
다정은 생각보다 도처에 널려 있고
어렴풋한 젊음에 그려지는 천진함을 기억합니다
매일 어린 날을 살아가며
아픔을 방패 삼지 않아도 된다는 걸
묵묵한 걸음으로 한강변을 따라 걸으며
할 말이 아직 많고
아무것도 아닌 날은 나만의 시간이죠
초라함은 생각보다 빛이 나고
묻거나 확인받지 않아도 된다는 걸
나는 그렇게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