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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Aug 03. 2024

허공의 메아리


서랍에 심장이 숨는다. 그렇게 유령이 된다. 먼지가 내려앉은 가위를 들고 치맛자락을 자른다. 풀려버린 올이 침대 프레임에 걸려서,


웃자란 목소리는 읽힐지도 모른다. 연한 표면에 붙여두기로. 목울대를 굴려보면  두꺼운 책이 되는가. 비슷한 얼굴로 동일한 언어의 변주를 반복한다.


입이 두 개였다면, 손은 어디에 집어넣을래. 아주 작은 온점을 부풀린다. 언젠가 아이가 내민 손. 두 손을 틀어막은 채로, 불을 올릴 때까지.


재건축하는 상상을 해보자. 이렇게 걷잡을 수 없는 별이 찾아와도, 인기척에 놀란 존재는 없어지고 남는 흔적. 코드네임 장악. 그러나 아무도 녹지 않는 눈을 본 적이 없다. 언제까지 눈발이 휘날리는지 아는 사람은 이미 사라진 뒤,


조금씩 퍼져나가 알아차릴 때, 찢어지기 좋은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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