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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Aug 02. 2024

어항


오래 휘젓는 손가락의 마디가 빠져나오고 만다. 필통의 단추 구멍은 벌어져서 잉크들이 뚝뚝 피를 흘렸다.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머리 뒤에서 나고 나는 무릎을 움켜쥔다.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믿음은 저버린다. 기필코 젖어들지 않겠노라고 이를 갈며 샌들로 갈아 신는다.


멀쩡한 휴대전화의 벨소리는 고장 났다. 손에 꼭 쥐거나 뒷주머니에 넣어둬도 음악 소리 같은 거 안 났어. 못 들었어. 안 들리기에 들을 수 없음. 그런 게 이 세계의 진실이라면, 어떻게 하지.


휴대전화의 전원 버튼을 뽑아버려야겠다고 생각한 게 그때쯤일 것이다.


해지고 구겨져도 질겨서 결코 찢어지지는 않는

두 단어를


네 이름, 사랑

물줄기가 정수리까지 내려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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