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 77시, 44분. 너에게 문자가 왔다. 이상하다,
- 걱정 마.
읽음 표시가 사라지자, 너는 감쪽 같이 흔적을 지운다. 이 세상에 존재한 적 없던 것처럼.
조금 더 길게 써주지 그랬어. 밤마다 불러내는 건 내 의지가 아니야. 이러나저러나 불려 나온다는 건 마찬가지지. 여전히 나는 제멋대로고 너는 제법 힘들겠다 싶어. 언제 네가 말했지. 웃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고. 그래서 그런가. 너의 표정이 어떻길래, 자꾸 네 뒷모습만 보여줘. 걸음이 언제부터 그렇게 빨라졌어. 너는 분명 너인데 이렇게 볼 때마다 순 엉터리야. 심술이라도 부리고 싶은 거야, 혹시. 매번 손을 잡고 얼굴을 보려고 하는 순간마다 네가 훌쩍 떠나버린다.
지난주에는 너의 뒤를 따라 산을 올랐는데, 숨이 전혀 차질 않는 게 신기했어. 계단이 징그럽게 꿈틀거렸는데 그걸 손바닥에 올려두고 쓰다듬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니까, 그래. 그렇게 우리 한참을 말없이 올랐지. 잠깐 멈춰 설 때마다 네가 뒤를 돌아볼까 기대했어. 그리고 솔직히 두려웠어. 얼굴이 없으면 어쩌지, 그러면 나는 너의 눈 코 입을 어디서 찾아와야 할까. 정상에 다다르니까 네가 없어졌어. 아래로 갔니, 위로 간 거니. 아님 여전히 거기 있니. 쪼그려 앉아서 위아래를 번갈아 보다가 다리가 휘청했어. 그때 다리가 무너졌어.
답장 안 해줄 거면서 연락은 왜 했어.
넌 어떤 눈으로 어떤 말을 하고 싶어서 입술을 움직이고 있어. 숨을 쉴 때 무슨 향을 맡아, 난 음료수에 빠져서 녹아버린 솜사탕 향이 달게 코를 찔러. 네 가슴을 퍽퍽 칠 수가 없어서 난 내 가슴을 퍽퍽 치며 물어. 그럴 때면 가끔 정말 문득, 갑자기 호흡이 이상해질 때도 있어. 너의 몸이 망가지는 동안 나도 같이 무너졌나 봐.
너의 사는 죽음 아닌 사랑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