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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Sep 06. 2024

파라솔 파라다이스



머리 바로 위에서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 바람에 버석거리는 모래알. 하이얀 물비늘을 일으키며 은빛 별을 수놓은 바다.


반짝이는 햇살은 실처럼 새어 들어오고, 잔잔한 파도 소리와 바람에 스치는 파라솔의 속삭임. 여름의 느린 시간이 흐르고 있다. 무한히 펼쳐질 것만 같은 계절,


체크무늬 돗자리를 펴고 그늘막에 기대어 둥근 비치볼을 들고, 공기를 빵빵하게 주입한 튜브에 두둥실 타오르는 일.


구름 사이로 뚝뚝 해가 떨어질 때마다, 모래는 따뜻하고 발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감촉은 여름의 포근함.   


손을 펼치면 모래알과 소금기 가득한 물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온기. 바다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넓고, 지금까지의 나열은 결코 작디작은 점. 일부가 되는 것.


해가 천천히 기울며 생긴 붉은 노을. 바다는 그 빛을 받아 마치 불타는 듯이 빛난다. 저 멀리까지 이어진 붉은 물결이 끝도 없이-


한입 베어 물면 이가 시린 하드바 아이스크림을 전부 먹고 나무막대를 잘근잘근 씹으며, 통통 튀는 멜로디를 틀고오-


여름을 듣는다.


튜브는 파도에 몸을 맡기며 천천히 멀어져 간다.

여름은 그 노을 속에서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착각을 남기며,


그저 듣고, 본다.


은은하게 오래 번지는 색감. 색연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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