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내 안에 뭔가 이상한 게 있다는 걸 감지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누구나 한 번쯤 자기 몸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
첫 감각은 아침에 찾아왔다. 세수하려고 물을 끼얹는 순간, 마치 물속에서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물이 손끝에 닿는 대신, 손이 물에 녹아내린다고 해야 할까. 손가락을 움직여보려 했는데, 먼 곳에서 조종당하는 느낌이었다. 거울을 보니, 나를 둘러싼 윤곽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투명한 액체가 온몸을 감싸고, 그 안에서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알갱이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착각이 아니었다. 끈적거리는 느낌, 피부 속으로 스며드는 차가운 질감. 나를 가두는 투명한 막을 느꼈다.
곧장 병원에 갔지만 의사는 그 증상을 이해하지 못했다. MRI를 찍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심리적 요인일 겁니다."
의사의 말이 울렸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확실히 아니었다. 너무나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내 안에 흰자가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분명히 나는 사람인데, 그것도 제법 잘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인데, 무언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속이 쓰린 느낌이 들어 소화불량인가 했지만, 그건 내장이 아니라, 감각에 부유하는 무언가였다.
그때 알았다. 내 안에 계란 흰자가 있다는 것을.
그날 집에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내가 아닌 나였다. 부드럽게 펼쳐지는 피부 아래, 분명 단단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앞으로 유리컵에 담긴 물처럼, 한 곳에 얌전히 담겨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일상은 계속되었다. 회사에 가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밥을 먹고, 침대에 눕는 나날들. 겉으로는 아무 변화 없이 흘러가고 있었지만, 몸속에 자리한 흰자는 점차 더 강하게 존재를 드러냈다. 사람들과 얘기할 때면, 내 목소리가 흰자 속에서 울려 퍼지는 것처럼 공허했다. 무슨 말도 귀에 닿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외부의 껍질에만 말을 걸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계단을 오르는데 발이 미끄러졌다. 내 안의 흰자가 휘청였다. 뭔가 터질 것 같았다. 주저앉아 내 배를 움켜쥐고 말했다.
"제발, 멈춰. 터지지 말고."
하지만 흰자는 꿈틀대며 온몸을 감쌌다. 배 안쪽으로 흐릿하게 내장이 보였다. 흰자를 처음 감각한 아침처럼 내가 흘러내리듯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내 깨달았다. 흰자가 나를 감싸는 게 아니었다. 내가 흰자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안의 뭔가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동안 껍질이라고 여겼던 피부와 외형은, 실은 단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흐릿한 껍질 속에서 뭔가를 감싸고 있을 뿐.
투명한 흰자는 몸이 아닌 부분을 감싸고 있었고, 나는 그 중심에 존재하고 있었다. 노른자. 오랫동안 알지 못했던 진실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나를 불안하게 했던 흰자는, 결국 나를 보호하는 흰자의 장막이었다. 가쁘던 숨이 깊어졌다. 이제야 온전히 존재하게 된 느낌이었다. 더 이상 흘러내릴 것 같지 않았다. 나는 흰자 속에 존재하는, 작고 단단한 노른자였다.
콩콩. 쿵도 아니고 콩콩. 귓가에 콩콩, 콩콩, 심장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