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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Sep 18. 2024

깜빡


눈을 감으면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에 이끌리는 마음.

너는 그냥 눈을 감아

깍지를 낀 손이 땀으로 질척거릴 때까지 우린 손을 꼭 붙잡고 있다.


소리가 날 때까지 남아있는 것.

서로 비유하면서 노는 거죠. 우린 비슷한 처지니까.


공중전화 부스를 보고 소연이가 생각났다.

길거리마다 있는 수화기 냄새를 맡는 걸 좋아했던.


하나둘 콜렉트콜이 사라지기 시작할 때

소연이 생각이 났어.


거리에 있는 나무를 만질까 말까 고민하다가 쓱 만지면서 지나갔다.

거리와 나만이 아는 비밀이 생긴 느낌.


나뭇잎이 차도에 떨어졌다.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더니 종국에는, 길에서 사라져 버렸다.

쏜살같음.


삼성역부터 강남역까지 걷는 동안 줄곧 내 앞에 있던 남자가 있다.

다 마신 테라 한 캔을 지하철 입구 계단에 슬쩍 버린 사람.

이 사람도 계속 걷는다. 발자국이 영원토록 찍힐 것처럼.


이 늦은 밤에 어째서 혼자 길거리를 배회하고 다니는 거야.

양심을 조금씩 저버리며…

우리는 어째서 도심을 여행하고 있지.


그제야 감았던 눈을 떴다.

땀이 손목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240917 23:56



** 문장을 약간 다듬으려다가 삭제 버튼을 잘 못 누른 관계로 재게시합니다…. 메모장에 쓴 글을 브런치 스토리에 옮겨 적으며 수정하고 바로 올렸던 거라서 이전 글과 완전히 같지도 않아요. 원래의 모습은 한 시간 전에만 남아있습니다. 하하. 이런… 이것마저도 이 글의 주제 의식과 닮은 부분이 있어 묘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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