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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Sep 21. 2024

내 삶을 외주 맡기지 않기로 했다.



 하나의 도전을 해보고 있어. 어쩌면 누구에게는 쉬운 일, 누군가는 오래오래 망설이는 일.


 덤덤한 사람. 그렇게 보였으면 좋겠지만, 사실 조금 겁이 나. 하나하나 해내고는 있는데 내가 진짜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이따금 너무 외로워지면 어쩌나, 그게 제일 걱정이야.


 몇 년 전 사무치게 외로웠던 적이 있어. 그것도 인생에서 처음으로 겪었던 거야. 혼자 있는 게 익숙하고, 편해서 나는 내가 외로움을 겪을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지.


 남 위로는 잘해주면서, 나는 나를 달래줄 줄 모르는 사람이라서, 내가 오래오래 깊게 울도록 내버려 뒀어. 마음 한편이 뻥 뚫려서 그 속으로 모든 감각이 휩쓸려 가는 느낌에 가까웠어. 누군가랑 이별을 한 것도 아닌데, 나를 가득 채우던 어떤 것이 훅 사라져 버려서 그 공허가 너무 절실히 느껴졌단 말이야. 그래서 여전히 외로움이 두려워.


 어쩌면 내 힘으로 세상을 마주한다는 거겠지. 문을 열고 나오는 일은 종종 두려움을 동반해. 평면이 입체가 될 수도 있는 거라서, 내가 믿던 세계가 깨져 버리지는 않을까 고민해.


 머리가 복잡해질 때는 잠시 멈추고 싶어져. 다시 뒤로 물러서고 싶다는 생각이 스칠 때도 있고,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어. 그럴 때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려고 해.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걸 아니까.


 음, 잘 모르겠어도 계속해서 걸으려고 해. 나만의 길을, 나만의 속도로. 내 삶을 외주 맡기지 않기로 했거든. 언젠가는 지금의 고민도 웃으면서 떠올릴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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