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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Sep 22. 2024

활자에게



 초장부터 너무 적나라하게 저를 드러낸 건 아닐까 싶어 염려스럽기도 해요. 하지만 꼭 감사 인사 전하고 싶어서요. 이런 감사를 전하는 데에는 앞선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껴 부득이하게 적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가히 충격적으로 좋았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중학교 2학년 짜리가 뭐 그리도 사랑을 절절히 알았을까 싶지만요. 행복 총량의 법칙이 너무도 잘 맞는 제겐 행복이 오면 그만한 불행이 찾아오기 마련이었고 불행이 오면 그만한 행복이 찾아올 것이란 믿음을 가진 채 살아갔습니다. 이런 루틴에 지쳐 있던 때에 당신이 등장한 겁니다.


 저는 결심했지요, 앞으로 다가올 행복과 불행을 두 팔 벌려 환영해 주기로. 일단 지금 떠난 네게 얽매이기보다는 정신 차리고 앞으로 나가기로. 피할 수 없다면 즐기기로 말이죠. 잔잔하고 꾸준하게 사랑하며 즐기고 위로받고 성장했습니다.


 이후 평소엔 안 하던 루틴이 하나 추가되어요. 예, 아시다시피 글쓰기랍니다.


 성인이 된 제가 감사의 의미로 보답하고 싶던 것은 제가 쓴 글을 처음으로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소장 목적의 글이었기에 아직 정말 많이 부족하지만 보내봐요. 덕분에 저는 글을 쓰고 이렇게 살아있습니다.


 글은 저를 물가 위에 부유하는 자유로운 나뭇잎으로 만들어줍니다. 이리 흐르고 저리 흘러 평범한 내 방을 비 내리는 밤의 도시로 만들기도, 아득한 초록빛이 가득 채워진 숲 속으로 만들어주기도 해서요.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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