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이상한 건, 항상 노을이 질 무렵이 되면 내 안에서 작은 틈이 열린다는 것이다. 점점 커지고 깊어졌다. 이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있었다. 그 틈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같은 장면이 떠오른다. 내가 처음으로 썼던 이야기, 그 동화 같은 장면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릴 적, 덩굴식물이 자라나는 이야기를 썼다. 그 덩굴은 하늘 높이 뻗어나가 별들 사이를 유영하고, 내가 만든 인물들은 그 덩굴을 타고 끝없는 모험을 떠났다. 세계는 상상을 양분 삼아 자라난 것이었다. 그런데 그 덩굴이 점점 시들어갔다. 현실이 그 위를 덮고, 논리로 감싸기 시작하면서 덩굴은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나는 내 손끝에서 자라나는 덩굴을 놓쳤고, 균열은 그때부터 생겼던 것 같다.
오늘도 눈을 감고 어둠 속을 들여다보았다. 시들어가는 덩굴의 잔해가 보였다. 여전히 남아있긴 했지만, 자라는 속도는 한없이 느려졌다. 그리고 다시 나의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을 때 그곳에서 다시 자라나기 시작하는 것이 있었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덩굴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목에서부터 천천히 감아 올라갔다. 내 팔을 따라 부드럽게 타고 올라오는 그 감촉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덩굴의 촉감은 예전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 덩굴은 하늘을 향해 다시 자라났고, 나를 그 속으로 데려가려는 듯이 움직였다.
펜은 어느새 종이를 가볍게 스치기 시작했다. 틈새는 닫히지 않았다. 다만 자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