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히 놓인 칫솔. 정돈된 세면대. 하지만 아무도 들이지 않은 방바닥은 먼지가 많죠. 가장 많은 흔적은 가장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알아요,
천장에서부터 창문으로부터 내려앉아 결코 쓸릴 일이 없는 장판. 선명한 자국은 없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제 역할을 해내고. 언젠가 누군가 올 날을 기다려봐도 다 의미가 없는 걸,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요. 단지 덮일 뿐. 눈이 녹은 아스팔트 위에는 또 다음 해의 눈이 내려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래, 함께 미친 척해보죠.
꼭꼭 숨겨도 커튼 아래 작은 두 발이 삐져나올 때가 있네요. 숨바꼭질 놀이할까. 나한테만 말고 너한테도 안 보여야 하는 게 대전제라는 걸 잊지 말기로 해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는 신발을 확인해 보기. 먼지가 닦인 자국 따라가 보기.
숨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