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가면 습관처럼 진열된 물건들의 각을 맞추곤 했다.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게 싫었다. 나의 분류가 그들에게는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불쾌했다고 해야 할까. 같은 색, 같은 용도로 나눠져 있어야 했고, 그 배열이 딱 맞아떨어져야 마음이 놓였다. 가지런히 놓인 칫솔, 정돈된 세면대, 깔끔하게 접힌 이불. 혼자 살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방은 완벽해졌다. 흐트러질 이유가 없는 집. 그렇게 모든 게 제자리에 있을 때에야, 내 삶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부엌 구석에 놓아둔 컵에서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작은 방울들이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방 안 어디에도 물이 넘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얕게 퍼진 물은 방 안을 천천히 침범했다. 닦아내려 해도 컵은 계속 물을 흘렸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방 안에 서서히 쌓여가고 있었다.
손톱이 갈라져 있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손끝에 드러난 선홍빛 살갗. 손톱깎이를 들고 손톱을 다듬었다. 깎아낼수록 손톱끝은 점점 짧아지고, 손톱 조각들은 바닥에서 형태를 잃고 구르기 시작했다.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꼭 둥글게 말아 올린 입꼬리 같았고, 어디선가 웃음소리를 들었다.
어릴 적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장난감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고, 아빠의 넥타이와 엄마의 스카프는 언제나 다른 곳에 있었다. 짝을 맞추지 못한 것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 방에 혼자 남겨졌던 기억. 흐트러진 공간 속에서 손이 닿는 모든 것을 분류해야 했다. 그렇게 해야만 어지럼증이 조금은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어른들은 예쁘다고 했지만, 나는 그 짝짓기 놀이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작은 인형 두 개를 찾아 짝을 맞춰주려 했으나 한 인형의 손이 부러져 있었다. 아무리 맞추려 해도 완전한 짝을 이루지 못했다. 부러진 손을 한참 보다가 그 인형을 버렸다. 불완전한 것은 분류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나는, 부서진 인형처럼, 매번 짝을 이루지 못한 것들을 발견했다. 인형은 사라졌지만, 그때부터 내 삶엔 부서진 짝들이 숨어들기 시작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방 안에서 다시 손톱을 깎았다. 손끝이 사라질 때까지 깎아내려는 것처럼. 깎아낸 손톱들은 물방울과 함께 바닥을 굴러다니며, 더 이상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것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작은 것들은 방 안 구석에 모여들었고, 한참을 지켜보다가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무언가가 스며 나올 것이다.
그래도 계속 닦아냈다. 물은 닦일 때마다 선명한 자국을 남겼고, 그 흔적이 엷게 바닥을 가로질렀다. 잡히지 않는 것들이었다. 더는 손이 닿지 않는 자리를 물방울이 자리를 차지했다. 바닥에 스며든 물은 그제야 비로소 나를 적시기 시작했다. 방 안의 모든 것이 조금씩 젖어들었다. 젖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느껴지던 순간, 나는 닦아내는 일을 멈췄다. 방 안은 여전히 물방울들로 가득했고, 그것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침내 짝을 이루지 못한 것들이 방 안을 전부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