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여름은 비처럼 질긴 것이었다. 공기는 눅눅했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늘 분주했다. 건물들은 높았고 그 사이로 얇게 베인 하늘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오후 네 시의 습한 공기 속에서 오래된 골목을 걸었다. 어딘가에선 녹슨 선풍기가 느리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오래된 소문처럼 희미해졌고, 나는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았다. 다만, 그날 밤 검은 새들이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만이 이상하게 선명히 남아 있었다.
골목 끝 작은 카페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창가에 앉아 있었다. 담배를 문 채 한 손으로 커피잔을 쥔 모습이었다. 그날 그녀의 머리카락은 평소보다 더 어두운 색으로 보였다. 빛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 기억이 그렇게 칠해진 것일까? 나는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는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아무 말 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억나?”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새들 말이야. 그날 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회색으로 뭉쳐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검은 새들이 천천히 그 속으로 흩어지듯 날아가고 있었다. 그 새들은 마치 무언가를 잃어버린 존재처럼 보였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담배를 재떨이에 문지르며 말했다. “지워지지가 않더라.”
“새들 말이야?”
“그 밤의 모든 것이.”
그녀와 나는 다섯 해 전 한밤중의 하늘 아래에 있었다. 구룡의 높은 빌딩 옥상에서 불법 레이스가 열리던 날이었다. 사람들은 엔진 소리에 열광했고, 누군가는 쉽게 돈을 잃었다. 하지만 우리 둘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옥상의 철제 난간에 기대, 밤하늘만을 보고 있었다. 검은 새들이 그날도 구름 속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날 그녀는 말했다.
“저 새들, 구름 속에서 어디로 가는 걸까?”
“몰라. 아마 잊혀지는 곳?”
그녀가 조용히 웃었다. “우리가 갈 곳 같은데.”
그녀는 커피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으로 여전히 검은 새들이 있었다.
“여전히 답은 없네,”
“뭐에 대한?”
“우리가 왜 그곳에 있었는지.”
나는 그녀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무심하게 걸었다. 발끝에서 잔물결처럼 흔들리는 그림자가 길 위에 떨어졌다.
우리는 말없이 걷다가 어느 낡은 극장 앞에서 멈췄다. 입구에는 오래된 영화 포스터가 바래져 있었다. 그녀는 포스터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여긴 왜 왔지?” 내가 물었다.
“그냥… 새들이 사라지는 데를 보고 싶어서.”
그녀는 그 말과 함께 골목 너머로 사라졌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검은 새들은 여전히 어디론가 흩어지고 있었다. 그 새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그녀는 어디로 가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같은 곳을 찾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곳이 어디든, 결국 잊힐 그곳.
그리고 나는, 우리가 결국 어디로 가는지 알 것 같았다. 어디로도 가지 않는, 그러나 끝내 도달하게 될 그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