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결혼 후, 항상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형부가 사준 라이트 베이지 코트였다. 주름이 지고 끝단이 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 옷을 입고 시장에도 갔고, 친구를 만날 때도 그 옷이었다. 나는 가끔 물었다. “언니, 다른 옷은 안 입어?” 그러면 언니는 항상 비슷한 말을 했다. “이 옷이 제일 편해.” 혹은 “괜히 돈 아끼고 싶어서.”
결혼 전 언니는 선명했다. 옷장에서 화려한 원피스와 컬러풀한 셔츠를 꺼내 입어보며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던 사람이었다. 외출하기 전에 거울 앞에서 귀걸이와 목걸이를 바꿔 끼며 스스로를 살피던 언니였다. 그런데 결혼식 이후로는 같은 코트, 같은 신발, 같은 가방이었다.
처음으로 언니 얼굴이 흐릿해 보였던 건 한 달 전이었다. 가족 모임에서 언니가 집으로 들어서던 순간이었다. 저녁 햇빛에 언니의 얼굴이 빛에 녹아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착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언니의 이목구비는 확실히 흐려지고 있었다.
그날, 나는 언니와 대화를 나눴다. “언니, 요즘 뭐가 제일 좋아?” 언니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주말에 가족들이랑 드라마 보는 게 제일 좋아. “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서 나는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전의 언니라면 분명 자신이 보고 싶어 하던 영화나 읽고 있던 책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언니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 같았다.
며칠 후, 나는 형부가 언니에게 새로 산 블라우스를 건네는 걸 목격했다. “이거 내가 골랐어. 잘 어울릴 거야.” 언니는 고맙다며 그 블라우스를 받아 들고는 바로 갈아입었다. 언니가 거울 앞에서 멈췄다. 나는 언니의 눈이 자기 모습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형부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날 이후, 언니는 또다시 그 옷만 입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언니의 얼굴은 점점 더 흐릿해졌다. 눈과 코, 입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마치 언니의 얼굴이 사라지는 게 당연한 것처럼. 나는 점점 더 답답해졌다. 언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무작정 언니집을 찾아갔다.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편히 쉬고 있으라는 언니의 말에, 나는 옷방으로 들어갔다. 낡은 코트와 구겨진 블라우스 몇 벌, 그리고 바닥에 놓인 오래된 신발 상자 정도가 놓여있는 옷가지의 전부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결혼 직전에 큰맘 먹고 샀다는 운동화가 있었다. 신어본 흔적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그 신발을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언니는 이 신발을 왜 남겨두었을까.
나는 운동화를 신어봤다. 사이즈는 딱 맞았지만, 신발 안은 이상하게 차가웠다. 그 안에서 언니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듯했다. 신발을 벗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의 골목에 마른 나뭇잎이 굴러다녔다. 그 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손으로 나의 얼굴을 만져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