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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Nov 04. 2024

미안하지 않아도 돼.

 


 응, 딸. 뭐 해. 뭐 하긴 아빠 저녁 먹고 오늘 일 끝나고 회식하고 있었지. 회식, 응. 일이 하나 끝나가지고. 응, 어딨는데, 지금. 너는. 언제 와. 아빠, 다음 주에. 그래, 얼굴 볼까 다음 주에. 응, 너는 휴대폰 요금이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 아, 요금이 글로 갔구나. 네 핸드폰 요금 다 아빠한테 나와. 너, 아직까지 아빠가 다 니 핸드폰 요금 다 내고 있잖아. 어플 필요한 게 있어서 정기결제 중인데 결제 수단이 그렇게 됐나 보다. 내 걸로 다시 돌려놓을게. 아니야, 돌려놓지 마. 아빠가 해줄게. 아빠가. 고마워. 뭘, 그 정도 가지고. 어디야, 집에 왔어? 아니, 저녁 먹으려고 잠깐 나왔지.


 응, 그런데 아빠는 궁금한 게. 아빠한테 솔직하게 얘기 좀 해줘 봐. 아빠가 너한테 한 번도 안 물어봤는데, 나는 궁금해. 네가 지금 어떤 거를 원해가지고 하고 있는지. 아빠도 궁금하고 네가 미래를 어떻게 생각해서 선택해 나가고 있는지. 아빠도 너한테 한 번도 안 물어봤는데, 미안하지. 그 아빠는 네가 잘 됐음 좋겠는데.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거는 응, 많이는 못해줘도 아빠가 해주려고 하는데, 네가 생각하는 거를 아빠한테 얘기해 주면 아빠가 그거에 맞춰가지고 네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고 이런 마음가짐이고 뭘 하겠다는 거를 티를 내주면은 아빠가 그렇게 도와줄 수는 있어. 아빠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근데 아빠가 잘 모르잖아. 그러니까 나도 좀 서운해. 너도 서운한 게 더 많겠지. 아빠한테. 여보세요?


 어, 들려. 아니야. 미안해. 자주 얘기했어야 하는데. 응, 자주는 아니어도 되는데. 아빠가 전화했을 때 너한테 찍힐 거 아니야. 그러믄 번호 찍히면 그다음 날 전화해 가지고 아빠 나 뭐해서 못 받았어요. 그런 얘기 한 마디 해주면 아빠가 어 그래, 아 바빴구나 그러면 되잖아. 반성할게. 그게 서운하지. 미안해. 그래, 할머니한테도 할머니. 응, 전화드려야겠다. 응, 생각날 때 한 번씩 전화드려. 알겠어. 어릴 때 할머니 집에서 재미있게 놀았잖아. 너 어릴 때 추억은 다 할머니랑 같이 있었어. 그래, 어. 엄마가 너한테 잘해주니까. 아빠는 고마워, 솔직히. 나는 아빠 입장에선 상당히 고마워. 근데 고마운데 그냥 그래. 한편은 약간 서운한 건 있어. 그래도 우리 딸이 인제 성인인데, 아빠가 미안하지.


 왜 이러셔, 뭐가 미안해. 할튼간 딸, 응. 아프지 말구. 너 진짜 힘들 때는 아빠한테 연락해. 그리고 네가 해결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해결해 보고. 진짜 힘들고 아빠 나는 이거는 내 스스로 해결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연락해. 진짜 급할 때 언제든지. 안 급해도 연락할게. 그래 그전에도 자주 연락하고. 알겠어.


 내가 너한테는 항상 미안해. 왜. 너 일곱 살. 일곱 살 때야 아빠가 느꼈을 때. 두 배 넘는 세월이 흘렀어. 아빠도 처음인데 너한테 얘기해 주는 거. 응, 근데 너는 똑같애. 목소리도 그렇고 아빠한테 대하는 것도 그렇고. 아빠는 그게 되게 고마운 게 엄마가 너한테 그렇게 해줬기 때문에 네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아빠는 그게 좋은 거야. 그니까, 엄마한테는 미안하지. 근데 한편으론 그래. 아빠는 그래. 쫌, 그래. 하여튼 간.


뭘 미안해, 내가. 내가 미안해. 너 아프지 말고. 보험도 들어놨잖아, 아프면 무조건 병원 가. 그거 말고도 아빠가 너 앞으로 해가지고 적금 들어가지고 너한테 줄 거야. 아이고, 알겠어요. 긍까 아프지 말고. 알겠어. 시간 맞춰봐. 어, 시간 빼둘게. 응, 알았어요. 맛있는 거 먹고 와요. 알겠어요. 조만간 돈 넣어줄게. 아니야, 얼굴을 봐. 응, 알았어요. 그래, 사랑해. 예, 아빠도 사랑해요. 뿅.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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