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은 손이 먼저 안다. 쇠로 만든 것, 나무로 만든 것, 닳아 반질반질해진 것. 손바닥이 닿으면 표면의 이야기가 따라 올라오지. 차갑게 식은 금속의 숨결, 미세하게 갈라진 결들, 몇 번이고 지나간 손들이 남긴 문드러짐 같은 것들. 빛이 쏟아지는 정오에는 특히 도드라지는 반짝거림. 스스로 빛을 삼키고, 땀과 바람과 시간이 흔적으로 섞인다.
어느 모퉁이의 난간은 녹이 슬어있다. 붉은 녹이 퍼져 있는 틈새로 작은 풀잎 하나가 비집고 나와 있다.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난간은 그런 것들을 품고 있는 걸까.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길, 무게, 혹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친 시간이 난간 위에 고여있다.
비 오는 날이면 난간은 물길이 된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표면을 따라 흘러내려 땅으로 사라진다. 손을 얹으면 차갑고 축축한 감촉이 전해지는데, 그 순간 나는 내가 무언가의 끝에 서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난간은 언제나 끝을 알려준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신호처럼. 아이들은 때때로 그런 경계에 기대어 먼 곳을 본다.
햇살이 사라지는 저녁, 난간은 다시 조용하다. 땅과 하늘을 가르는 얇은 선이 그저 어둠 속으로 녹아들어 가고 손끝에 남은 감촉만이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것 같다. 해가 뜨고 입을 벌리면 가장 먼저 울음소리가 튀어나왔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