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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Dec 01. 2024

누구의 ㅇ도 아닌


 지울 수 없는 순간들이 있어. 순간들이 발목을 잡을 때가 있지. 그럼 하염없이 기다리는 거야. 두 다리를 옭아매는 것의 힘이 풀려 공간이 넉넉해질 때까지. 네가 첫 이별을 겪고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아. 너의 순간이 끼어들 때 나는 대부분 잠에 들어있지. 온몸을 덮은 이불은 자주 흐느낀다. 굴러간다. 이따금 너의 키가 훌쩍 자라 있다. 까맣게 타버린 정원의 풀들과 미끄럼틀에 붙어 있던 번데기 생각을 해. 나비가 되었을까. 얼마나 웅크려있던 걸까.


 누군가가 작은 누군가의 손목을 잡고 걷는 뒷모습에 한참 눈을 못 떼던 건, 풀리지 않는 숙제. 거울을 보면 가끔 흠칫 놀라고. 무릎을 모으고 숨죽여 우는 너를 사람들은 못 보느냐고 나는 따져 묻지 못했다. 최소한의 눈물로 영원히 우는 법을 터득하면 마르지 않아서 좋은 걸까.   


시도 때도 없는 등장에 먼발치에서 너를 바라보곤 해.

먼 훗날 우리를 떠올리면


날아오르는 하얀 깃털과

물길을 유영하는 비늘

흐드러진 버드나무까지


얼마 못 가서 죽어버리진 말자

무럭무럭 자라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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