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는 식탁 끝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아무도 그곳에 앉지 않았다. 원래는 늘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있었다. 습관처럼 식사 시간에 먼저 와 앉아 있던 사람. 주름진 손으로 컵을 닦고, 작은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던 사람.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놓인 의자만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그 의자를 치우지 않았다. 아버지가 떠난 첫 주에는 그 자리가 비어 있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다만, 그곳에 다시 누군가가 앉는 일이 없었다. 나도, 다른 가족도. 국그릇을 놓을 때도, 물병을 내려놓을 때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자리를 피했다. 의자는 고요하게 식탁 끝에 남아 있었다.
처음엔 이상하게 불편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눈길이 자꾸 그곳으로 갔다. 의자 등받이에 묻은 작은 얼룩, 발에 닿는 감촉 같은 것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점점 의자를 보지 않게 되었다. 바쁘게 살다 보면 의자의 존재는 희미해졌다.
어느 날, 나는 혼자 식탁에 앉아 있었다. 습관처럼 그 의자를 힐끗 봤다. 그리고 문득, 의자가 오래된 것치고는 너무 깨끗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그곳에 손을 대지 않았으니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이상한 것은 의자의 냄새였다. 나무 냄새도 아니었고, 오래된 물건 특유의 퀴퀴함도 아니었다. 조금 더 자세히 맡아보니, 흙냄새 같았다. 마치 의자가 오랫동안 나를 기다려 온 것처럼 느껴졌다.
아버지가 그 의자에 앉아있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뭔가를 자주 두드리던 습관, 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문지르던 움직임. 그리고 그의 자리에서 느껴지던 묘한 무게감까지.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의자를 당겼다. 삐걱.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앉는 순간, 공기가 묘하게 변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 의자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빈자리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몸이 무거운 것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일어날 수 없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나는 내가 거기에 없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가족들은 평소처럼 식탁에 둘러앉았다. 누군가 내 얼굴을 보고 물었다. 왜 이렇게 피곤해 보이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아 주변을 살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변하지 않은 것 자체가 오히려 낯설었다. 다시 그 의자에 누군가가 앉게 되는 날이 올까. 아니면, 우리는 여전히 그 자리를 빈 곳으로 두게 될까. 정답은 알 수 없었다.
아버지의 흔적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의자만은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가족 누구도 그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매번 누군가가 자리를 비우고 다시 돌아오는 순간, 나는 종종 의자의 등받이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