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틈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각도로 열렸다. 나는 우연히 그걸 알아차렸다. 딱 한 뼘 정도의 틈새로 복도에 가득 찬 발소리가 스며들고, 조금 오래된, 기울어진 공기가 흘러나왔다.
처음엔 이상했다. 그 시간마다 복도에 나타난 작은 틈새와, 그 틈새 너머로 가라앉는 그림자. 그 집에 살고 있는 할머니를 떠올리며 내가 목격한 것들이 잠깐의 착각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같은 시간, 어김없이 그 문이 열리는 것을 몇 번이고 보고 나니, 무언가가 이상하게 끌려왔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 집 문 앞에 섰다. 문 안쪽에서 작은 기척이 있었다. 복도 끝에서부터 울리는 발소리가 커질수록 그 안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소리를 따라가며 귀 기울이는 것처럼. 아주 조용한 움직임이었다. 나는 문 너머에서 할머니가 무릎을 감싸 쥔 채 웅크리고 있는 걸 상상했다.
그날 이후 나는 시간을 맞춰 그 집 앞을 지나가곤 했다. 할머니의 모습은 늘 같았다. 문틈 사이로 언뜻 보이는 핑크빛 티셔츠와 약간 헐렁한 검은 바지. 가까이서 본 적 없는 차림이었지만,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니 선명해졌다. 티셔츠 목 부분은 어쩐지 어둡게 얼룩져 있었고, 바지는 무릎 부위가 늘어난 듯했다.
어느 날, 나는 무심코 말을 건넸다.
“할머니, 여기서 뭐 하세요?”
그때 문이 조금 더 열렸다. 할머니는 잠시 날 바라보더니 말했다.
“소리가 좋아서.”
그 대답은 이상할 만큼 평온했다. 나는 더 이상 묻지 못한 채 복도를 지나쳤다.
얼마 후, 옆집 아주머니에게 들은 이야기가 기억에 박혔다. 할머니는 아들을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매일 같은 시간, 그 아들이 퇴근하며 지나가던 발소리를 기다리셨다고 했다. 나는 그것이 언제부터인지 궁금해졌다.
어느 날, 복도에서 할머니가 다른 옷을 입고 계신 걸 본 적이 있었다. 깔끔한 옷차림이었는데, 오후가 되자 다시 핑크빛 티셔츠와 검은 바지로 갈아입으셨다. 할머니의 표정은 마치 뭔가를 되짚어내는 사람 같았다. 티셔츠의 목 부분이 묵은 얼룩처럼 검게 물들어 있었고, 바지의 무릎 부분은 더 크게 늘어나 있었다.
나는 문득, 그 옷이 누구의 흔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소매 끝이 다소 헐어버린 그 티셔츠와 무릎 부분이 닳아버린 바지가, 과거를 붙잡고 있는 할머니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날 이후, 할머니가 기다리는 발소리와 문틈의 그림자는 조금씩 내 머릿속에 새겨졌다. 나는 매일 같은 시간, 그 집 앞을 지나면서 멈칫하게 된다.
문틈은 여전히 한 뼘만 열리고, 핑크빛 티셔츠와 검은 바지는 늘 그 안에 있다. 발소리는 언젠가 끝이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의 공기는 오래도록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