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_5

1월 13일 (5일차)

by 영상을 쓰다

어제 체크인을 진행할 때 숙소의 주인장에게 불평했던 부분이 체크아웃 시간이었다. 오전 9시에 체크아웃이 말이 되는가.(주인장 曰. '싸잖아?')

05 (1).jpg 또 만나는 라멘 사진. 눅진하다 못해 걸쭉한 돈코츠라멘 (개인적인 입맛으로 너무 좋아합니다.)

나는 오사카에 오면 무조건 ‘그’ 라멘을 먹어야 하는가 보다. 더구나 오늘은 오사카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꼭 또 가려고 하는데, 가게의 영업시간이 11시부터이다. 체크아웃 시간이 9시라 영업시간까지 2시간이 비었기 때문에 묵었던 숙소의 주인장에게 허락을 구하고 휴대폰도 충전할 겸 호텔 로비에 앉아서 1시간을 보냈다. 슬슬 걸어서 35분 전에 도착을 했는데, 2등이었다. 곱빼기는 많았고 공깃밥은 못 참기에 라멘과 공깃밥을 주문했다. 식사는 금방 끝이 났으나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라멘집 사장님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17년도부터 오사카에 올 때마다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오사카에 방문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를 번역기로 번역해 보여드렸다. 사장님은 감사인사를 하셨고 나도 감사인사를 한 뒤 나가려 했다. 나가는 중간에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직도 나를 보고 계셨고, 출입문을 나갈 때까지 인사를 해주셨다. 감사했다.

가게를 나와서 바로 신 오사카역으로 이동을 했다. 히메지역으로 가기 위함인데, 10일에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받을 때 미리 신칸센을 예약해 두었고 신칸센 승강장으로 이동을 했다. 오사카역에서 히메지역까지 편도 이용 가격이 약 4만 원인 신칸센 타고 이동하니까(물론 간사이 와이드 패스권으로 신칸센이 무료였다.) 30분 만에 히메지역에 도착을 했다. 히메지역에 도착해서 물품 보관함에 캐리어를 보관 후에 역사 밖으로 나오니 저 멀리 히메지 성이 보였다.

05 (3)-horz.jpg 히메지역에서 나와 확대하여 바라본 히메지성 (좌) / 히메지성 꼭대기 천수각에서 바라본 히메지 시내 (우)

지도상으로 약 1km가 떨어져 있는데 역에서 나와 보이는 대로의 끝에 위치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간도 여유로웠고 배도 불렀고 날씨도 상크름했기에 나에겐 걷기 딱이었다. 느긋히 걸었는데도 금세 다가온 히메지성 입구에는 기모노와 정장을 입은 성년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주인공들과 그 가족들, 친구들이 많이 있었고, 일본에서 백로성이라 불리는 히메지성을 배경으로 하여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연히 날짜가 잘 맞아서 성년의 날을 기념하는 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3대 공휴일로 불릴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챙기는 모습이었다.(실제로 일본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사람들이 손에 버드나뭇가지 같은 것에 치장을 한 것을 많이 들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05 (5)-horz.jpg 히메지성 전경 (좌) / 성년의 날을 축하하는 사람들 (우)

인파를 뒤로 하고 히메지성으로 진입했고 나는 바로 천수각(일본의 전통적인 성 건축물에서 가장 크고 높은 누각)으로 향했다. 천수각은 최상층인 7층에 위치해 있었고 천수각에서 내려다본 히메지시의 풍경은 우리나라의 한옥과 도시가 어우러진 모습처럼 현대와 과거를 잘 조화시켜 놓은 모습이 인상 깊었다. 히메지성이 건축이 된 년도는 1601년으로 알려져 있는데, 임진왜란과 연관되지는 않지만 괜히 짜증이 나서 제대로 보지 않았다.(경복궁도 제대로 관람해 본 적이 없는데 일본에서 성을 꼼꼼히 관람한다는 것에 대한 변덕이 나 스스로의 마음에 갑자기 생겨버렸다.) 히메지성 옆에 코코엔이라 불리는 정원도 있었는데 일본의 아기자기함과 디테일이 들어가 있는 정원이었다.

05 (11)-horz.jpg 히메지성 옆에 있는 일본식 정원

시간을 보니 1시간 뒤에 숙소를 예약해 둔 오카야마로 이동하는 신칸센이 있어서 빠르게 히메지역으로 복귀를 진행했다. 원래는 저녁까지 있다가 히메지성에 불이 들어오는 야경을 보고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2일간의 무리한 일정으로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다 판단되어 빠른 이동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여기서 뇌리에 강하게 남는 일을 보았다. 히메지역으로 다 왔을 무렵에 역사 앞에 광장에서 기타 하나를 메고 버스킹을 분을 보았다. 시간은 16시경이었고 햇살은 저 너머로 넘어가기 전에 히메지역 뒤에서 부서지며 기분 좋은 눈부심을 내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배경 삼아 지나다니는 모습이 마치 일본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히메지에서는 이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동영상으로 촬영을 했지만 사진으로 캡처를 해서 헤드라인 사진으로 걸어두었다.)

다시 기분이 좋아졌고 마침 열차 시간을 변경하고 약 20분이 남았기에 편의점에서 추출해 마시는 커피도 한잔 마시고 여유 부리다가 신칸센을 못 탈 뻔했다. 신칸센을 탑승하는 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갔어야 했는데 이 기분을 만끽하느라 아무 생각 없이 다른 플랫폼인 JR로컬 지하철 플랫폼으로 갔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사히 이동할 수 있었다. 신칸센을 타고 40분이 걸려 오카야마역에 도착을 했다.

오카야마는 나도 처음 듣는 지역이었고 처음 가보는 지역이었기에 정보가 전무했다. 그저 간사이 와이드 패스로 이동할 수 있되 귀국 비행기를 타야 하는 도쿠시마랑 가까운 곳으로 이동해 두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오카야마로 오게 된 것이었다. 이번 여행의 일정은 초반에 빡빡하게 넣어 두었고 후반부인 이곳은 일정이 없었기에 오카야마역에서 내리자마자 'tourist information center'로 이동을 해서 도시 관광 책자와 그곳에서 바로 관광지 추천을 받은 뒤 숙소로 이동을 했다.

05 (12)-horz.jpg 처음 묵어본 케빈룸

숙소는 역에서 5분 거리의 '호텔 A베스트 그랑데 오카야마'로 호텔인데 1박에 3만 원 정도이기에 소도시는 숙박비가 저렴한 줄 알았는데, 캐빈룸이라고 문은 커튼형식으로 된 침대만 있는 작은 방이었고,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그래도 기본이 호텔이라서 그런지 안락함이 만족스러웠다.

데미가츠동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오는 길에 찾아본 '데미가츠동'을 먹으러 이동했다. 일본의 음식 중에 많이 먹어 본 음식 중에 하나는 가츠동일 것이다. 쉽게 돈가스덮밥으로 돈가스 위에 장국에 끓인 계란물을 얻어 부어 먹는 음식인데, 이곳 오카야마에서는 돈가스 위에 데미그라스라는 소스를 얹어서 주는 게 특색이었으며 오카야마에 방문을 하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60년 정도 된 가게를 인터넷으로 발견하여 방문하였고 메뉴를 주문하기 전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 안심도 있었고 안심, 등심 반반메뉴도 있었지만 맛있으면 내일 또 와서 먹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제일 기본인 1400엔짜리 등심데미가츠동(大)을 주문했다. 메뉴는 금방 나왔고 밥 위에 삶은 양배추 조각들이 군데군데 올려져 있으며 그 위로 등심돈가스가 있었고 초콜릿색상의 데미그라스소스가 올려져서 나왔다. 기대하며 한술을 들어 입으로 향했고 첫 입으로 느껴지는 풍미는 짜장밥과 비슷한 맛을 느꼈다. 거기에 하이라이스 소스를 30% 정도 섞은 느낌인데 버터를 녹여 풍미를 더한 맛이었다. 한 입, 두 입 먹다 보니 정말 순식간에 밥이 사라졌고 더 먹기에는 배가 찼기에 일찍 숙소로 복귀했다.

숙소에서 비어있는 내일 하루 일정을 채우고 있는 중에 침대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당연히 방과 방 사이가 가까우니 옆에 방에서 움직이나 보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잠시 뒤에 외교부에서 문자가 날아왔다. '지진경보'. 물론 이곳에서 37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난 지진이긴 했지만 진도가 6.9의 세기였기에 놀란 마음으로 서둘러 옷을 입고 로비로 나와봤으나 나만 놀랬다. 정말 다들 평온하게 아무 일 없는 듯이 지내는 걸 보고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일정을 정리하고 휴대폰을 보고 있던 중 어제 갔었던 와카야마 지역(고래박물관)에서 일어난 한국인 실종 사건을 알게 되었고(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올 정도로 나름 시끄러운 사건이었다.) 무사히 다녀왔음에 안도했다.(다이지역은 정말 으스스했다.)


저는 종종 일본을 좋아하지만 일본여행을 하다 보면 알 수 없는 짜증이 올라오곤 합니다. 예전에는 도쿄에서 7080 술집에 방문했다가 일제강점기가 생각나서 화가 난 적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역사를 12년간 배워온 한국인이라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변덕에서 그치지 않고 실행을 하고 싶어 이번에는 여행을 다녀와 집 근처 도서관에서 '경복궁의 상징과 문양'이라는 책을 빌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국내 여행을 할 때는 부여, 경주로 역사 여행을 가곤 합니다. 예전에는 지루하던 역사가 재미있더라고요. 입맛이 바뀌 듯 추구하는 바도 달라지나 봅니다. 국내의 많은 유적지들 중에 어느 곳이 여러분의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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