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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연필 Jul 27. 2022

희망이라는 이름

그림책 ‘쿠나’를 읽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글, 오쓰카 이치오 그림의 그림책 ‘쿠나’


1995년도에 개봉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영화, ‘쇼생크 탈출’ 속 주인공이자 죄수인 앤디 듀프레인은 감옥에서 만난 절친이 된 레드에게 편지를 통해 이러한 말을 건넵니다.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좋은 겁니다. 가장 좋은 것일지도 몰라요.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언제나 감옥에서의 삶을 익숙히 여기고, 자신과는 다르게 감옥 밖에서의 삶을 바라는 앤디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던 레드에게 앤디가 남긴 이 말은 어쩌면 요즘의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통용되는 구절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보이지 않는 것들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중에는 우리가 언제나 어떠한 일이나 바라는 것에 대해 잘 풀어지길 바라는 ‘희망’이라는 의미의 단어도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가 품고 있을 각자의 ‘희망’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임에도, 우리들이 나날을 살아가는 소중한 동기처럼 다가오는 감정일 것입니다.

일본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글을 쓰고, 일러스트레이터 오쓰카 이치오가 그림을 맡은 그림책, ‘쿠나’는 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바라고 있는 희망을 쿠나라는 이름을 가진 요정에 빗대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버섯만 한 크기에 늘 네 잎 클로버와 작은 꽃을 들고 다니며, 세모난 빨간 모자를 쓰고 다니는 ‘쿠나’라는 난쟁이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보기 어렵지만 늘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자연의 일부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림책 속의 등장하는 화자는 어린 여자아이로,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의 할머니와 키우던 반려견 밍밍이를 잃은 슬픔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나날을 꿋꿋이 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할아버지가 ‘쿠나’라는 난쟁이 요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기 때문입니다. 빨간 세모난 모자를 쓰고 다니며 의사처럼 사람을 치료할 수 있고, 실을 잣고 밭 일을 거드는 일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묘지에 나타나 죽은 사람과 만나게 해 준다는 상냥한 쿠나의 모습은 아이가 그토록 바라던 존재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허수아비와 개구리를 소중한 친구로 여기며, 더불어 북쪽 나라에서 살다 최근 남쪽 나라로 내려왔다는 쿠나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쿠나를 만나기 위해 늘 숲을 걷곤 합니다. ​


여전히 할머니와 강아지 밍밍이에 대한 그리움이 온전히 남아있는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쿠나’라는 요정은 그 자체로 하루하루를 보다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처럼 다가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가 숲을 걷다 아빠와 우연히 쿠나의 새빨간 모자를 발견하게 되고, 이는 ‘나’에게 있어 쿠나를 언젠가 직접 볼지도 모른다는, 크나큰 희망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쿠나를 만나게 되면 같이 집에서 살고픈 마음을 담아 부모님 몰래 자신의 옷장에 쿠나의 방을 함께 꾸미는 ‘나’의 행동은 그녀가 얼마나 순수하고, 상냥한 희망을 품은 지를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많단다.’​


쿠나의 눈에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데, 쿠나가 겁을 먹고 숲에서 나오지 않는 것은 마을에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서운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구절은, 어쩌면 우리가 지닌 어두운 면과 감정들이 쿠나라는 존재를 더욱 망각하게 하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어린 ‘나’의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쿠나라는 요정을 언젠가 만날 수 있다는 바람이 진실로 다가올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는 이야기를 빚어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목소리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오롯이 담아냈던 그이기에, 그가 동화 속에 빚어낸 쿠나라는 요정은 여전히 우리들이 바라고 있을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세모난 빨간 모자를 자그마한 양손에 담아, 이를 찾고 있을 주인에게 돌려주고픈 아이의 환한 마음이 있기에.

우리가 희망을 사유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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