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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고인물

나는 어떤 모습의 고인물인가

by 김수인

조용한 도서관 열람실, 전체 좌석수는 110석 정도. 여기로 출퇴근을 한지 벌써 한달째다.

나처럼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를 고수하는 고인물들이 몇몇있다.

눈에 익은 사람은 세명 정도다.

늘 문앞에 앉아서 동영상 강의를 듣는 백발의 노인.

단정한 절름발이 노인.

마지막으로 인상이 별로인 50대 남성.


백발 노인은 흡연자다. 점심시간에 밥먹으러 나가는 길에 종종 목격한다. 도서관 길 건너 나무 그늘에서 흡연을 한다. 열람실 문 바로 앞에 자리를 잡는건, 본인 담배 냄새가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는 걸 의식해서 일까. 그렇다면 매너가 좋은 사람이다.

절름발이 노인은 옷차림이 항상 단정하다. 두발과 용모도 항상 깔끔하게 유지하신다. 퇴직한 공무원이나 교사 느낌이 물씬 난다. 점심은 항상 이른 시간에 야외 휴게실에서 혼자 드신다. 도시락을 싸오는데 어떤 형태의 도시락인지는 아직 눈여겨 보지 않았다. 도시락을 보면 홀아비인지, 아니면 그분 용모에 걸맞는 성실한 아내분이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거다. 이분은 열람실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내뿜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절름발이라서 걸을 때 마다 특유의 걸음 템포와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책상에 고개를 박고 공부에 열중하다보면 누가 들락거리는지 알 길이 없으나. 이분은 티가 바로 난다. 이분이 휴식하러 갈때, 화장실 갈때, 밥먹으러 갈때,, 모든 출입 때 마다 그 발걸음 소리 때문에 주의가 환기 된다.

마지막으로 관상이 별로인 50대 후반 남성. 피부색은 딱 간암환자다. 이런 피부를 가진 사람이 주위에 한둘은 꼭 있다. 이사람은 피부색 뿐만아니라 인상도 별로다. 그리고 최악은 신발을 끈다는 점이다. 주로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데, 걸을 때 꼭 슬리퍼를 끈다. 그것도 질질 끄는게 아니라 딱딱 끈다. 아 이건 끄는게 아니라 슬리퍼 뒷굽을 찍는다고 표현 하는 게 정확하겠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운동화를 신는 날도 가끔있는데 운동화 마저도 마치 슬리퍼를 끌듯이 신발소리가 크게 난다.


이렇게 적고보니. 어제 읽은 책에 나온 구절이 맞구나.

“우리가 느끼는 혐오감만이 진정으로 우리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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