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의 일대일 데이트
- 휴직 중 엄마랑 버킷리스트 뽀개기 -
며칠 전, 드디어 딸과 일대일 데이트에 나섰다.
딸이 엄마의 휴직 중 버킷리스트를 써서
내가 매일 머무는 주방, 그것도 냉장고 문짝에
떡하니 붙여 놓아
안볼래야 안 볼 수 없게 만들어 놓았으니,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딸이 적은 엄마와의 버킷리스트계획은 처음으로 시내버스를 타 보는 것이었으나,
나도 20년동안 버스를 거의 타보지 않아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타야 할지를 몰라 헤매다
비오는 날씨를 핑계로 택시를 타고
예약된 드로잉 카페로 향했다.
그림을 좋아하는 딸은 역시나 신이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야무진 손을 움직이더니...
내가 색깔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는지
다가와서 물감을 섞어 내가 찾던 그 색을 만들어주고 간다.
참...언제 이렇게 컸는지....
똑순이가 따로없다.
그림을 그리고 나와 지나는 길에
오락실을 보더니
두더지 게임에서 탈 수 있는 인형에 꽂혀버렸다.
신나게 두들겼는데,
이상하게 때릴 때마다 점수가 올라가질 않고
한 박자만 늦게 때려도 있던 점수가 깎여버린다.
이런 된장....ㅠㅠ
게임을 하고 나오며
지나친 꼼수로 동심을 파괴한 오락실 사장님을
딸과 함께 욕해본다.ㅎ
다음 미션은 함께 사진찍기.
너무나 오랜만에 찾은 시내에서
스티커 사진 찍을 곳을 찾아헤매다
결국 티맵을 켰다.
티맵의 안내를 따라 걷다 겨우겨우
인생네컷을 찾았다.
이것도 남편과 연애할 때 찍어보고
처음이다.(추억이 새록새록~ㅋㅋㅋ)
딸과 허둥지둥 하는 동안
찰칵찰칵 소리는 왜이리도 빨리 나는지...
건지기 어려웠던 네 컷을 억지로 건져본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
이번엔 기필코 버스를 타리라!!
휴대폰 앱과 버스정류장 안내판을 쉴 새 없이
보면서 눈과 머리를 굴려본다.
드디어!! 버스를 탔다.
내가 좌석을 안내하자 딸아이는
"엄마! 여긴 임산부 노약자 좌석이잖아!"라고
버스 안에서 나를 나무란다.
급 창피해진 나는
"네가 어린이니까 노약자야. 빨리 앉아."라고
속삭이자
"그럼 엄마는?"이라며 반문한다.
뭐 하나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엄마는 네 보호자니까 옆에 타도 돼."
그제서야 안착한 딸은 이번엔
"근데 왜 안전벨트가 없어?"라고 묻는다.
"시내버스엔 원래 안전벨트가 없어.
알아서 균형잡고 가는 거야."
딸은 처음 타본 시내버스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리고는 앞좌석 뒷부분에 달린 손잡이를
팔뚝에 힘줄이 설 때까지 힘주어 잡고서
절대 놓지를 않는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어디서 내려야 할지를
가늠하느라 긴장하고 있다가 겨우 아파트 이름을 보고
내렸는데....이런....
우리 아파트와 너무 먼 곳이다.
**아파트 '근처'라고 해 주었어야 마땅한 정류장이다.
딸과 집까지 걸으며 다시 한 번 버스와 정류장을 함께 욕해본다.ㅋㅋ
오늘의 미션 성공!
집으로 돌아오니
딸아이는 행복해서 입이 귀에 걸려있는데,
아들은 동생과 엄마의 데이트에
질투가 제대로 난 모양이다.
사사건건 동생에게 시비를 건다.
그리곤 말한다.
"엄마, 나도 내일 엄마랑 데이트 할래."
내일 또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