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크는 우리들
-한비야, <그런 사랑이었네> 중에서-
여러분도 지금 이 순간 망설이고 흔들린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그 방향으로 첫걸음을 떼었느냐가 중요하다. 최종 목적지가 부산이라면 한 번에 부산행 기차를 타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내 말은 부산이 목적지라면 적어도 마산이나 진주로 내려가는 남쪽 방향을 잡아야지, 평양이나 신의주로 가는 북쪽 방향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방법만도 수십 가지다. 비행기도 있고 KTX도 있고 승용차도 있고 자전거도 있고 트랙터도 있다. 하다못해 걸어서라도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가는 방법이야 가지가지겠지만 질러가든 돌아가든 여러분의 인생 표지판에 부산이라는 최종 목적지가 늘 보이기만 하면 되는 거다. 목포라고 씌어 있어도 놀라지 마시길. 여러분은 잘 가고 있는 거다. 적어도 남행선 상에 있는 거니까. 방향이 정해졌다면 가는 길은 아무리 흔들려도 상관없다. 아니, 흔들릴수록 좋다. 비행기 타고 한 번에 가는 사람에 비해 훨씬 좋은 구경, 신기한 구경을 많이 할 테니까.
스물 아홉 살에 비틀거리는 자신이 싫다고 했는가? 나는 지금도 비틀거린다. 비틀거리지 않는 젊음은 젊음도 아니다. 그것이 바로 성장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틀거린다고 자책하지 마시길. 누구나 흔들리고 비틀거리면서 큰다.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한비야, <그런 사랑이었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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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문과, 이과를 결정하던 순간에 수없이 갈팡질팡하며 고민하던 너희들의 모습을 보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그 모습이 참 기특하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자신의 인생에 주어진 최초의 선택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고심하는 너희들이 잘 자라고 있다는 생각도 했었고....
하지만, 지금의 결정이 앞으로의 너희들 미래를 한 가지 방향으로만 결정짓는 것은 아니란다. 지금의 결정을 두고 누군가는 잘 한 일이었다고 뿌듯해 하고, 또 누군가는 후회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 모든 과정들 속에서도 깨달음은 오게 마련이고, 그 속에서 너희들이 진짜 원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고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찾아낼 수 있게 될테니까. 부산으로 가고 싶었는데, 목포가 나온다고 해서 노심초사하지는 않길 바란다. 길은 어떻게든 통하게 되어 있고, 최종 목적지만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도착하게 될테니까.
다만,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가를 늘 고민하고 생각하는 너희들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최종 목적지가 없으면 어느 길이 맞고 틀린 길인지조차 모른 채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이 실어다 주는 곳에서 의미없는 시간들을 반복하게 될테니까말야. 스스로가 인생의 ‘주인공’임을 잊지 말고, 오늘의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2011년 9월 26일
담임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