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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밀의 화원 Dec 22. 2022

너나 나나 나나 너나

  아들의 학교가방을 열어보고 아침부터 잔소리 폭격기를 가동한다. 가방 안은 가히...쓰레기통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찢어진 종이 쪼가리와 열린 필통에서 쏟아진 잔해물이 함께 뒹굴고 있다. 챙겨야 할 책은 책상과 식탁  위에... 이 모든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뚜껑은 열리고야 만다.

"가방 속이 이게 뭐니?  그리고, 학습지 파일은 미리미리 챙겨야지. 아직도 저 책상 위에 있잖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식탁 위에 있고...제발 네 물건 좀 잘 챙겨!" 

 아들은 의기소침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그 순간! 하필이면 그때서야 생각이 난다. 

'아! 물병 안 넣어줬네! 오늘 체육수업 있는 날인데...!'

누가 누구를 나무라나...ㅋ 허탈하고 미안한 마음 달래며...

나의 ADHD 약을 챙겨먹고... 그저께 처방받고 아직 받아오지 못한 아들의 약을 타러 약국에 다녀왔다. 

그 약이 있는 곳은 처방받은 대학병원 근처인지라...다시 병원 근처까지 가야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나를 닮은 아들인데 어쩌랴. 다음 예약일 전까지 먹을 약을 받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젠 남편이 아니라 아들이 나의 반쪽인 것 같은 동질감이 느껴진다. 나를 꼭 닮아서인지 마음의 무게추가 둘째보다 첫째에게 자꾸만 옮겨가는 생각도 든다. 마음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할 때다.


 아들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때로는 위안이 되고, 이런 특성 때문에 겪게되는 수많은 수고로움을 볼 때면 아프기도 하다. 그 위안과 아픔에 매몰되어 버리는 날에는 문득 정신차려보았을 때 아들만 쳐다보고 있는 날이 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아들은 늘 생기있는 얼굴로 해피 바이러스 그 자체가 되어준다는 점이다. 구글 포토알림이 전해주는 추억 사진 속에서도 그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은 늘 찐웃음, 찐행복이었다. 내가 아이의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해 수없이 폭발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아이를 이해하고 나를 알게 되던 그 순간 이후에는 찰나의 화가 분노로 폭발하지는 않았다. 그래, 이해하고 나면 못 할 일이 없다. 너도 언젠가는 물병을 자주 깜빡하고 너를 갈증에 목메이게 하는 이 엄마를 이해할 날이 오겠지...?ㅎㅎ


너나 나나. 나나 너나. 우리 둘 다 잘 살아보자.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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