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학교가방을 열어보고 아침부터 잔소리 폭격기를 가동한다. 가방 안은 가히...쓰레기통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찢어진 종이 쪼가리와 열린 필통에서 쏟아진 잔해물이 함께 뒹굴고 있다. 챙겨야 할 책은 책상과 식탁 위에... 이 모든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뚜껑은 열리고야 만다.
"가방 속이 이게 뭐니? 그리고, 학습지 파일은 미리미리 챙겨야지. 아직도 저 책상 위에 있잖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식탁 위에 있고...제발 네 물건 좀 잘 챙겨!"
아들은 의기소침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그 순간! 하필이면 그때서야 생각이 난다.
'아! 물병 안 넣어줬네! 오늘 체육수업 있는 날인데...!'
누가 누구를 나무라나...ㅋ 허탈하고 미안한 마음 달래며...
나의 ADHD 약을 챙겨먹고... 그저께 처방받고 아직 받아오지 못한 아들의 약을 타러 약국에 다녀왔다.
그 약이 있는 곳은 처방받은 대학병원 근처인지라...다시 병원 근처까지 가야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나를 닮은 아들인데 어쩌랴. 다음 예약일 전까지 먹을 약을 받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젠 남편이 아니라 아들이 나의 반쪽인 것 같은 동질감이 느껴진다. 나를 꼭 닮아서인지 마음의 무게추가 둘째보다 첫째에게 자꾸만 옮겨가는 생각도 든다. 마음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할 때다.
아들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때로는 위안이 되고, 이런 특성 때문에 겪게되는 수많은 수고로움을 볼 때면 아프기도 하다. 그 위안과 아픔에 매몰되어 버리는 날에는 문득 정신차려보았을 때 아들만 쳐다보고 있는 날이 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아들은 늘 생기있는 얼굴로 해피 바이러스 그 자체가 되어준다는 점이다. 구글 포토알림이 전해주는 추억 사진 속에서도 그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은 늘 찐웃음, 찐행복이었다. 내가 아이의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해 수없이 폭발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아이를 이해하고 나를 알게 되던 그 순간 이후에는 찰나의 화가 분노로 폭발하지는 않았다. 그래, 이해하고 나면 못 할 일이 없다. 너도 언젠가는 물병을 자주 깜빡하고 너를 갈증에 목메이게 하는 이 엄마를 이해할 날이 오겠지...?ㅎㅎ
너나 나나. 나나 너나. 우리 둘 다 잘 살아보자.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