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으로 첫 주의 강의녹화를 했다. 이번 학기의 시작은 왠지 모를 설렘이 있다. 가르치는 가운데 활기가 일어나는 시간들이기를 기도드린다. 내 수업에 사랑의 향기가 묻어나기를, 가르치는 내게도 배우는 학생에게도 삶에 대한, 사람에 대한,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살아나길 기도한다. 나는 사람을 살리는 교육자다."
교양수업 기말고사가 끝나고 답안지를 내던 한 친구가 약간은 긴장한 듯도 하고, 여러 번 되새김길 하며 연습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다가와서 선뜻 한마디를 건넸다.
"교수님 수업 들으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서 감사했습니다." 깜짝 놀랐다. 너무나 진지해서 진심이 느껴졌다.
"교수님 사랑해요."
"교수님 다음에는 더 열심히 공부할게요."
시험지에 한 줄 애교 섞인 한마디를 남기는 학생들은 봤어도 이렇게 대면해서 진지한 한마디를 전하는 학생은 처음이었다.
현대사회와 복지라는 교양강좌의 수업을 하면서 수업의 목적은 지식을 많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사회적 이슈들을 복지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나는 줄기차게 학생들에게 낯선 '저 사람'과 '내'가 무관하지 않으므로 약자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런 내게 다가와 자기 성찰의 시간이 됐다는 학생의 한마디는 강단에 서는 보람을 선사했다. 강단에 선 교수의 강의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것은 교수의 뛰어남이 아니라 그 학생의 깊은 사고의 결과이기 때문에 더 감동이 있었다. 교수는 좋은 학생을 만났을 때 가장 기쁜 법이다. 수업 중에 늘 집중하며 옅은 미소로 수업에 함께해 준 그 친구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개강하며 쓴 나의 일기장을 들춰 보니 나의 다짐이 통하는 한 학기였던 것이 오늘의 결! 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