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바다를 보며 아름다움에 탐복할 즈음, 내 발길이 닿는 가까운 곳에는 지난 탐욕의 흔적들이 오롯이 남아 있었다. 제주의 이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던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은 껄껄대며 즐거운 추억으로 이곳을 가슴에 담아 갔겠지만 그들이 남겨둔 쓰레기들이 내 눈에는 탐욕의 흔적으로 보였다. 과거의 그들은 뒤를 보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느라 그들의 탐욕을 탐욕인지도 모르고 이곳에 남겨두고 가버렸을 테지.
사람의 탐욕이 어떤 대상에게 상흔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쓰레기 조각들을 보며 스쳐갔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그 언젠가 그들에게는 어떤 의미 있는 것들이었을 텐데, 지금의 나에게는 흉한 쓰레기일 뿐이다.
'한 번만 뒤를 챙겨보지 그랬나요?'
얼굴도 모르는 그들에게 볼멘소리를 속으로 되뇌었다. 내 갈 길이 바쁜 나도 사진으로 장면을 담았을 뿐, 남겨진 누군가의 탐욕으로 보이는 잡다한 쓰레기들을 주워 담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적어도 나의 흔적이 아니라는 확신이 나를 분개하게 했지만, 나 역시 게으른 손을 가져 내 손으로 거두어들이는 넓은 아량과 사랑으로 분개를 품어내지는 못했다.
이다음에 또 제주 올레를 걷는다면 쓰레기를 담아갈 봉지 하나 정도는 꼭 챙겨가야겠다. 타인이 남겨 놓은 탐욕들을 주워 담으며 이 지구상에 나도 모르게 버려놓았을 나의 탐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