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당

설렘이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아마도 나는 만월의 보름달을 벗 삼아 올레를 걸을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만월당. 가득 찬 보름달이 머무는 곳. 그 이름을 떠올리면 상상만 해도 마음속에 풍요가 차오른다.

김녕서포구 근처 식당에서 위풍당당 우럭튀김 네 마리가 차려진 아침 식사를 먹었고, 길동무와 깔깔 거리며 웃으랴 그간 못 나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장기가 돌자 도착한 곳이 만월당이라는 작은 식당이다. 여느 때처럼 남편과 아이 셋이 함께 왔다면 우리는 제주흑돼지집을 찾아갔을지도 모르겠다.

친구와 온 올레이니, 오늘은 파스타다!!

매운 돌문어파스타에 황게비스크파스타를 앞에 놓고 내 몸에서 풍기는 땀내는 여념치 않고 우아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알싸한 매운맛의 문어파스타가 입 안을 흥분시키고 나면 게살이 녹아든 달달한 파스타를 한 입 말아 넣는다. 그러면 어느새 매운맛이 달래어지는 그 느낌이 부드럽고 감쪽같았다.

먹으면서도 나는 사는 타령이다. 그래, 인생맛도 이렇다며, 매운 때도 있고 달달한 때도 있다며. 내 마음도 만월이 되어 가득 차는 날이 있는가 하면, 텅 빈 초승달이나 그믐달 같은 날도 있다며. 문어 파스타에 게살 파스타를 먹으며 여유로운 사유를 즐기며 맛난 점심 식사를 했다.

제주 올레를 걷는 자가 되어 먹는 식사가 아니었다고 해도 사유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식사를 할 수 있었을까? 때로는 맛보다 마음의 상태가 음식의 맛과 의미를 바꾸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