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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Jun 17. 2022

사랑하는 시아버님께

복음을 전합니다.

어제 아버님과 전화통화를 하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어머님을 통해 아버님께서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지 날마다 전해듣고 있는데 며느리에게는 힘든 기색 없이 환한 목소리로 근황을 전하시니 그 순간에도 아버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복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용기내어 말씀드리고자 편지를 올립니다.

복음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고자 그 분의 아들 예수를 이땅에 보내시고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는 사건으로 우리들의 죄도 모두 씻어주신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을 그 분의 형상대로 만드시고 기뻐하셨지만 인간은 이내 죄를 짓는 악한 모습이 되었고

그 죄를 씻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입니다.

하지만, 십자가에 못박히셨던 예수님은 다시 살아나셨고 지금도 세상을 다스리시며 우리에게 영생, 영원한 생명과 희망의 근원이 되어주십니다.


이천년도 더 된 이 사건이 지금의 내 삶과 무슨 상관인가 싶으시죠?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아버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어린 시절 이혼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게 뭐가 그리 큰 일인가 싶지만 그건 어른의 관점일 뿐

어린 아이에게는 낯설고 힘든 상황입니다.

어린 시절 제 앞에 펼쳐진 환경들이 적어도 어린아이였던 제가 감내하기에는 녹록치 않은 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간들이 제 마음을 어둠으로 인도했다면

지금처럼 제가 아버님의 며느리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다행히 저는 제 삶의 위기 상황을 선하게 극복해 나왔습니다.

살다보면 모두가 역경을 경험하고 그 역경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꼭 신앙이 없더라도 인간승리의 역사를 쓰는 사람들은 많지요.


저도 그래서 최선을 다해 제게 주어진 학업과 과업들을 충실히 하며 20대 중반까지 보냈습니다.

하지만 온전한 치유가 없으면 마음에 있던 과거의 상처들은 요동치는 일들이 많았고

반복되는 시험대에 저를 올려 놓고 스스로를 단죄하며

더 가혹하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살려고 했습니다.

그저 평범하고 중간정도의 삶을 유지하는데도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그 속에는 기쁨도 행복도 없었습니다. 오리려 두려움과 불안이 컸습니다.


제가 하나님의 사랑에 눈 뜬 것은 스물 다섯이 되던 해였고 지금으로부터 딱 20년이 되었네요.

하나님의 사랑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삶의 태도와 관점을 송두리째 바꾸는 기적같은 사건이었습니다.


왜 그럴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니,

제 존재의 가치가 전환되었기 때문입니다.

'결핍에 허덕이던 나'에서 '하나님께서 눈동자처럼 지키고 보호하시는 사랑받는 존재'로 바뀌었습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플 때나, 평안할 때도 모두 '내 몫'의 삶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임을 깨닫게 되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희노애락을 뛰어넘어 평강이 찾아왔습니다.


그랬더니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열등감은 사라지고 도전과 기회들이 눈에 들어왔고

나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니

내 삶은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살면서 감사가 넘쳐나고 바람처럼 스치는 행복이 아니라 제 마음 깊은 곳에서는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기쁨이 언제나 번져갔습니다.


몇 달 전에 제가 대학을 옮기고 나서 찾아뵈었을 때

"현정이는 참 대단하다. 우리 작은 며느리는 참 대단하다." 말씀하셨죠?

사실은 제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저와 늘 동행하시는 하나님께서 대단하신 거랍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시고

어둠 속에도 언제나 빛이 되어주십니다.


저는 아버님께서 그런 빛이 되신 예수그리스도를 만나시고 영원한 생명의 길을 가시길 기도드립니다.

그분은 태초부터 지금껏 아버님을 사랑으로 지키셨고 아들삼기를 기다리고 계신답니다.

병상에서 끝을 생각하시며 슬픔을 만나고 계실 아버님께 이제부터 시작되는 전혀 새로운 복된 삶을 전해 드립니다.


사랑하는 둘째 며느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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