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일이 있으면 다시금 '죄짓고는 못살겠다.', '잘 살고 볼 일이다.' 싶어 진다.
지난여름, 글을 쓰려고 브런치에 들어왔다가 우연히 작가 소개란에서 경은 언니를 봤다.
나빠진 시력에 작가명과 작은 프로필 사진으로도 분명 경은 언니가 맞았다.
사진을 보니 예전보다 얼굴이 야윈 것 같았다.
그래도 예전이랑 똑같네. 혼잣말이 나왔다.
글들 중에서는 맛집이나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맛난 음식을 찾아가며 먹던 언니 덕에 즐거웠던 추억도 생생하다.
그래, 그렇지. 세월가도 안 변하는 모습을 누구든 갖고 있지. 나도 그렇겠지.
신촌의 손수제비, 복성각의 굴짬뽕, 인사동의 찻집 귀천, 파전에 동동주...
모두 언니가 처음 알려줬다.
그 후로 난 수년을 엄마와 손수제비를 먹었었고
굴짬뽕은 아직도 좋아한다.
천상병의 시집을 읽고 또 읽던 내게 귀천 찻집은 또 얼마나 신기했었던지.
직장 생활하며 인사동에 가서 파전에 동동주 얘기를 했더니
그들에게도 그건 진리였다.
정말 맛난 집이라고 해서 함께 가보면 실망한 적이 없었다.
맛집을 소개할 때 언니는 굉장히 신나 보였다.
한 번은 여의도에 솥뚜껑에 삼겹살을 구워 먹는 맛집이 있다고 해서 갔었는데,
어쩜 그리 고소하던지...
벌써 20년 전이다.
분명히 수년 전에 신촌에서 만났는데 휴대폰을 뒤져봐도 연락처가 없다.
이렇게 사람관리가 안되다니! 머리를 콕 쥐어박았다.
카톡을 뒤져봐도 없다.
얼른 블로그 아이디가 용케 생각이 나서 찾아 들어가 보기도 했다.
지금 당장 만날 것처럼 분주하게 마음의 회로가 작동했다.
그러다, 잠시 멈추고 오늘은 여기까지라며 마음을 멈춰 세웠다.
그러나 나는, 꼭! 경은 언니를 다시 만날 거야!
나의 기대와 바람이 전해졌던 걸까?
생각보다 빨리 연락이 닿았다.
한 주의 첫 강의를 하러 대구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기차에서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인데 말똥말똥 웬일인가 싶었다.
그러던 차에 경은언니에게서 카톡이 왔다.
언니도 브런치에서 나를 봤단다.
어찌나 반갑던지.
바로, 이 날이 올 줄 알았다.
둘째가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오늘은 학원이 없단다.
아~싸~!
꼼꼼한 둘째 녀석과 집안 청소를 하면 기분 좋게 겨울 방학의 첫 주말을 맞이할 수 있다.
청소를 같이 하자가 살살 꼬드기며 둘째가 유난히 좋아하는 떡볶이를 해주겠노라 했더니
냉큼 걸려든다.
둘째가 좋아하는 떡볶이가 보글보글 끓는 걸 보니,
첫째가 좋아하는 곤약이 들어간 어묵탕도 끊이자 싶었다.
아빠보다 달걀을 더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나'라며 우기는 셋째가 생각나서
달걀 세 알과 명란을 섞어 달걀찜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그 마음을 먹는데, 왜 갑자기 경은 언니가 생각이 났을까?
아무런 이유 없이 문득 사람이 생각날 때는 보고 싶은 거다.
계란찜이랑 경은 언니랑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바로 지금 연락을 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웬일? 어제 서울에 왔단다.
그럼, 만나야지.
꼭! 만나야지.
다음 주까지 끝내야 할 연구과제가 스쳤지만
경은 언니를 만나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다.
일정부터 잡고 보자.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만나기 전부터 이렇게 설레니
그저, 만나면 어린아이처럼 신나고 좋을 것 같다.
첫인사는 아마도 "변한 게 하나도 없네~"가 아닐까?
그간의 안부를 묻고는 질문들이 쏟아질 테지.
나는 또, 세 아이 키우며 고민했던 최근의 근황을 나누며 언니의 생각도 들어보겠지.
그렇게 우리는 사람 얘기, 세상 얘기를 하겠지.
헤어질 때는 상해에서 보자며 마무리 인사를 하지 않을까?
아마도 돌아오는 길에 나는 '코로나만 끝나봐라. 내가 꼭 상해 간다!' 다짐하고 또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