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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박천순 Mar 11. 2022

봄이 온다니

봄이 온다니



형용사들이 춤을 춘다. 예쁜, 따스한… 휘돌다 뛰어오른다. 숲속 오솔길로 달려간다. 스타카토로 뛰는 자리마다 새싹이 돋아난다. 연둣빛으로 물들어가는 숲

 

하늘을 쓸어본다. 푸른 물이 흘러내리는 팔, 서로 손을 잡고 호수에 이른다. 수면 위에서 찰방거리는 작은 발자국들. 수없이 분화하는 형용사, 형용사들

 

유려하고 빠르게, 더 빠르게 달려가는 현악기의 리듬 같은, 형형색색이 번져나간다. 눈을 감아도 향기로 전해오는 음색들, 숲이 조금씩 부풀고 땅의 진동 맥박을 타고 오른다.

 

바람이 몸에 감긴다. 나뭇가지마다 뒤척이는 이파리들 푸릇한 숨소리. 이 세상 다녀간 사람들 다시 태어나고 싶은 봄, 내 몸에서 형용사들 하염없이 나부끼고 흩어지고 떨어지고 다시 솟아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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