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이령 박천순
나의 하루는 재고로 쌓인다
쪽 팔리는 세상
엄지손톱만 한 얼굴로 흔들릴 뿐
화양연화가 있었던가
눈길을 사로잡는 건
출고되자마자 낚아 채이는데
과속의 세상에서
여전히 느린 산책자
비가 내린다
국숫발 같은 비를 삼키는 동안
골목은 빠르게 낡아가고
바람이 분다
싱싱한 계란 노른자처럼
흐트러지지 말아야지
외발로 서서 우아함을 꾸며낸다
가을에 보자
여름에 한 약속 저물어가는데
가을 가고 내가 가도
약속은 유효한 걸까
붉디붉은 마음 서쪽 하늘에 걸어놓고
변두리에 핀 창백한 얼굴
소리도 없이 잊히고 있다